불온한 인문학 by 최진석 외 (Humanist)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은 국가와 자본이라는 지배체계에 순응하는 지식인을 양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기존의 통념에 딴지를 걸고 퇴짜를 놓는 사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불온한 인문학’이다.
책을 읽고 떠오른 것은 몇 개월 전에 이슈가 되었던 김미경 강사의 ‘인문학 비하발언 사건’이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김미경 강사의 의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이다. 마치 본인들은 인문학의 소중한 가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러한 인문학을 읽고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보물 같은 인문학을 자기계발서 따위와 비교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라는 반응들. 인문학의 본질을 무시하는 듯한 김미경 강사를 무시무시하게 몰아 부치는 모습이야말로 요즘 인문학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오로지 교과서와 EBS 문제집으로 공부했다고, 사교육은 한번도 받아 본적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대학 입시 전체 수석의 인터뷰처럼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누구나 아는 거짓말로 느껴지는 것은 내가 너무 세상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정작 그 인문학을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스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하다고, 가치 있다고, 외부적으로는 이야기 하겠지만, 정작 본인의 실생활에는 전혀 영향력을 주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인문학의 힘이 발휘되는 것은 많은 지식을 알고 있기 때문이거나 혹은 교양 있어 보이는(?)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인문학이 내 삶에 영향력을 미치고 내 삶의 궤도를 조금이라도 바꿀 때이다.
올해 초 좋은 책을 읽어가는 독서의 참 맛을 알아 갈 때에 ‘문장론’이라는 책을 통해서 사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 단지 앎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기쁘게 생각된다.
인문학을 세련된 자기계발서처럼 읽는 풍토, 실용성만을 강조하면서 읽는 세태, 제도권으로 들어간 인문학이 독자를 사유하는 ‘위험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 체재에 순응하는 시민으로 만들어 가는 상황을 보면 ‘불온한 인문학’의 저자들의 염려가 이해되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런 염려보다는 이런 분위기를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참,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비판을 위한 ‘불온한 인문학’ 시리즈의 개론서이기도 하다.
2013.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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