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by 조세희 (이성과 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은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그 이유는 70년 당시의 아픈 시대상을 노동자만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난쏘공’이 묘사하는 상황이 2013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시에는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혹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명확히 알았다면, 지금은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를 명확히 알기가 어렵게 되어버렸다는 것.
소설의 형식적인 면에서도 입체파 미술을 보여주는 듯, 기계만능주의를 나타내는 듯, 갑자기 이야기 방향이 바뀌고, 화자가 바뀌는 형태로 속도감 있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에 한시도 딴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책을 잡는 순식간에 내가 지섭이 되고, 윤호가 되고 그리고 난장이가 되는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고,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감상과 설명을 하지 못함이 아쉽다. 몇 번이고 더 읽어보게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바꾸는 일이고,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책은 읽은 가치가 없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면, ‘난쏘공’은 20살이 넘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소설(픽션)을 잘 읽지 못하게 되었던 나에게, 내 머리를 그리고 마음을 흔들어 놓으면서 문학의 힘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문학을 평할 만큼 많은 한국현대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78년 출판 이후 30년에 걸쳐 1백만부, 200쇄라는 숫자를 대지 않더라도 블로그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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