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by 제레미 리프킨 (세종연구원)
세계관이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세상의 사건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혹은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리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기억나는 그 순간부터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이자, 행복의 기본 조건이고, 사회를 더욱 활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이로운 행위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근래의 상황을 살펴보면 무언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여름철이 다가올 때가 되면 대규모 정전 가능성에 가정에서부터 기업까지 에너지 절약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으며, 가정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거의 모든 커피전문점에서는 개인컵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초래한 것은 누구의 힘일까? 어떤 누군가의 강압이라도 있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살아갈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가 그러한 삶을 추구하게 된 것일 뿐이다. 왜 이런 삶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세계관의 변화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내가 살아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이런 질문이야 말로 세계관이 자신의 행동양식이나 현식 인식 방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알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이전 글에서 개인의 가치관 확립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왜 중요한가를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개인의 가치관 확립에 배경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세계관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나의 가치관은 엄청난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근현대의 가치관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다면 기계론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들에게 역사는 기술발달의 과정이며 현대인들의 여가 시간은 새로운 기계와 친해지는 일에 쓰이고 있다. 즉, 기계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되었고 우리의 세계관을 가장 집약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계이다. 이러한 세계관 아래에서 우리는 기술의 발달을 진보라고 보고 있으며 과학이나 기술은 이러한 진보를 가능케 해주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 보면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원리는 완전한 새로운 인식이었다. 그리스 시대를 살펴 보면 그리스인들은 역사를 지속적인 쇠락의 과정으로 보고 있었으며 각 단계는 앞선 단계보다 쇠퇴하고 살기도 힘들다는 것을 당연시 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시오도스는 이 단계를 황금시대 → 은의 시대 → 청동시대 → 영웅의 시대 → 철의 시대로 구분하였다. 즉, 처음에 완벽한 질서를 가지고 있었고 이후로는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보면 자연스럽게 창조, 타락, 구원, 심판을 믿고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리스적 세계관과 똑같지는 않지만 역사를 쇠락의 과정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런 세계관에서는 세상의 진보란 쇠퇴를 늦추는 것으로 최대한 변화를 막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관의 인식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었는가 살펴보면 거기에는 3명의 중요한 인물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스인들에게 학문이란 사물의 형이상학적인 ‘왜’를 탐구하는 것이었는데, 베이컨은 학문을 사물의 ‘어떻게'를 연구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게 되었다. 즉, 베이컨에 의하면 객관적 지식으로 무장하면 모든 자연물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을 통제하여 더 가치있는(더 많은 부의 창출)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후 수학자인 데카르트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열쇠로 수학이 제시되었으며, 마침내 뉴턴은 기계적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방법론인 3대 법칙을 찾아낸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우리들은 이제까지 더 많은 부 창출, 기술의 발전을 추구하고 살아왔다.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이러한 무한의 부 창출을 발전이라고 보던 방식에 조금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헤시오도스적 세계관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에너지는 유한하며 우리 인류의 미래를 고려해 보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물질과 에너지의 새로우운 사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것의 근본 배경이 되는 것으로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을 꼽고 있다.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기계론적 세계관이냐 엔트로피 세계관이 옳으냐가 아니라 확고한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본인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관을 인식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개인의 삶에서부터 기업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30년이나 된 책을 읽을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계관에 대한 정의와 인식의 필요성만이라도 느꼈다면 절대 이 책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2013. 06. 10
* 제레미 리프킨의 여러 많은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데 그 사상적 기반이 되는 책이 바로 ‘엔트로피’이다. 그의 책을 읽어볼 예정인 분들은 이 책을 꼭 먼저 읽어보기를 바란다.
* 열역학 법칙 설명
-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 (1법칙)
-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2법칙) 물질과 에너지는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 한 상태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 다시말해, 우주의 모든 것은 일정한 구조와 가치를 가진 상태에서 점점 더 무질서한 혼돈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이전의 무질서에서 질서로 회귀하려면 더 큰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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