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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읽기

시처럼 회화처럼, 꿈을 읽어보자

by 홍차영차 2025. 7. 29.

 

여섯번째장 꿈-작업은 프로이트가 다섯번째장까지 주장해온 명제들의 실제적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첫번째는 꿈은 억압되고 억제된 소원의 왜곡되고 위장된 성취다.

두번째 꿈은 (어릴적) 심리적 흔적과 최근의 사소한 체험들(+ 신체 자극)로 형성된다.

기본적으로 "꿈은 소원성취"인데, 억압된 소원이 일종의 왜곡은 통해서 "성취"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후에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억압된 소원"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왜곡"되괴 "위장"되는가이다. 여기에서 나온 용어가 바로 꿈-작업이다. 뭉뚱그려 말해보자면, 꿈-작업을 통해서 소원성취가 이뤄진다는 것.

 

용어를 정리할 겸해서 조금 더 살펴보면 꿈-작업은 꿈-사고과 꿈-내용 사이에서 이뤄진다.

여섯번째 장을 보면 외현적 꿈-내용, 내재적 꿈-내용이란 말이 점점 사라지고 외재적 꿈-내용을 꿈-내용으로 부른다. 이제부터 꿈-내용은 실제 꿈 속에서 펼쳐지는 것들이다. 반면에 내재적 꿈-내용은 꿈-사고로 대치된다. 그렇다면 꿈-작업은 억제된 꿈-사고가 일종의 왜곡과 위장을 거쳐서 꿈-내용으로 펼쳐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꿈-해석의 핵심은 곧바로 꿈-작업이 된다!

 

한 마디로 꿈-작업의 주요한 도구이자 기술은 압축과 전위다.

이외에 꿈-작업의 주요한 동인으로는 심리적 재료의 묘사 가능성(+상징)이다. 꿈에서는 주로 시각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 것들이 선호된다는 것. 간단하게 말했지만 꿈-속에서 압축과 전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다양한 꿈-사례들을 통해서 압축과 전위의 세밀한 기술들을 보여준다. 

(압축, 전위에 대해 간략히 말해보면 압축은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합쳐지거나 생략되면서 꿈이 생성된다는 점이고, 전위는 꿈-사고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부분이 다른 부분으로 옮겨져서 꿈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

 

 

다만 나는 꿈-작업을 설명해주는 여섯번째 장에서 묘사되는 꿈-내용의 특징들에 주목하고 싶다. 이전에도 꿈이라고 하는 무의식이 특성이 의식과 이성적 사고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꿈 속에서의 원칙이 현실에서의 물리법칙이나 사고법칙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 꿈 속에서 언어는 마치 사물처럼 취급된다.

꿈의 압축 작업은 대상을 위해 말과 명칭을 선택할 때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꿈은 언어를 사물처럼 다룰 때가 많고, 그런 경우 사물에 대한 표상처럼 언어를 조합한다. 그 결과 꿈에서 희극적이고 기묘한 낱말들이 만들어진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2020년 신판 1쇄 368쪽)

--> 언어가 사물처럼 취급된다는 말은 라캉이 이야기한 '기표 우선주의'처럼 해석될 수 있다. 즉 의미 중심으로 관계맺고 있는 이성과 의식적 사고와 달리, 꿈 속에서 이뤄지는 내용들은 전혀 서로 연결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비슷한 소리 혹은 형태를 가진 언어들이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꿈 속에서는 현실에서는 결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기묘한 낱말들이 만들어진다. (372쪽, Autordidasker - Autor, Autodidakt, Lasker) (또한 이 말을 적용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기묘한 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 꿈 속에서 선형적 시간성은 성립되지 않는다.

3) 꿈 속에의 요소들은 동시적으로 펼쳐진다.

꿈은 <논리적 관계>를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때의 방식은 하나의 홀이나 산꼭대기에 함께 모여 있던 적은 결코 없지만, 개념적으로 보면 확실히 한 무리를 이루는 철학자들이나 시인들을 모두 아테네 학당이나 파르나소스 산의 그림에 그려 넣는 화가의 방식과 유사하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2020년 신판 1쇄 388쪽)

--> 꿈-내용은 당연히 선형적-시간성 안에서 펼쳐진다. 꿈에서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식탁에 앉기도 하고, 또 다른 열차에 올라타기도 한다. 하지만 꿈-사고를 찾으려고 시도할 때는 선형적 시간성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즉 꿈의 장면 장면은 '논리적 인과성'과 상관없이 펼쳐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꿈의 한 장면에서 주요한 인물이 아니라 사소하게 지나가는 말이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고, 또 꿈 전체를 하나의 회화 혹은 시처럼 생각하면서, 관련 없어 보이는 요소들 사이의 간극을 마치 프로파일러처럼 살펴봐야 한다. 꿈-해석이 까다로운 이유중 하나다.

 

4) 꿈 속에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상호 배타적인 가능성들이 모두 펼쳐진다.

5) 꿈 속에 아니오는 없다.

꿈은 <둘 중의 하나>라는 양자 택일을 전혀 표현할 수 없으며, 꿈은 선택 가능성들을 동등한 것으로 한 관계 속에 받아들이곤 한다. 이루마의 주사 꿈에 그러한 전형적인 사레가 내포되어 있다. ...... 꿈은 거의 상호 배타적인 이러한 가능성들을 모두 보여 주고 꿈-소원에서 비롯된 제4의 해결책을 덧붙이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2020년 신판 1쇄 391쪽)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립과 모순>의 범주를 대하는 꿈의 태도이다. 꿈에서 이러한 범주는 전적으로 무시된다. 꿈에는 <아니오>라는 것이 존재하지 ㅇ낳는 듯 보인다. 꿈은 특히 대립들을 하나로 통일시키거나 한 번에 묘사하기를 좋아하며, 또한 서슴지 않고 임의의 요소를 소원하는 대립물을 통해 묘사하는 자유를 누리낟. (393쪽)

--> 대립되고 모순된 선택, 결과들이 모두 다 꿈에 나올 수 있도록 압축과 전위가 일어난다. 한쪽만 보고 꿈-사고를 파악해서는 안된다.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서 왔고 .....>를 떠올려보자. 여기에는 태어난 아기의 모습부터 활동하는 청년, 중년 그리고 죽음까지 표현되어 있다. 하나의 인과적 논리만을 가지고 고갱의 그림을 해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무한한 해석의 공간이 펼쳐진다.

꿈-내용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대립과 모순되는 것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꿈이라면 하나의 해석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펴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6) 꿈에서 언제나 본인이 주인공이고 , 꿈은 전적으로 이기적이다.

나는 모든 꿈이 꿈꾸는 본인을 다룬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예외를 발견하지 못했다. 꿈은 전적으로 이기적이다. 꿈-내용에서 내 자아가 아닌 낯선 인물만이 나타나는 경우, 내 자아가 동일시를 통해 낯선 인물 뒤에 숨어 있다고 여유 있게 가정할 수 있다. 나는 내 자아를 대체할 수 있다. 내 자아가 꿈속에 나타나는 다른 경우, 자아가 처한 상황은 동일시에 의해 자아 뒤에 다른 인물이 숨어 있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 꿈은 이 인물에 속하는 어떤 것, 은폐된 공통점을 꿈-해석에서 내게 전이시키라고 경고한다. 내 자아와 다른 인물들이 나란히 나타나는 꿈들도 있다. 동일시라는 해답에 의해 이들 역시 내 자아로 밝혀진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2020년 신판 1쇄 398쪽)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자. 여기에서는 프루스트를 대변하는 인물, 즉 작가와 동일시되는 인물 - 마르셀 - 이 나온다. 하지만 소설을 살펴보면, 마르셀 이외의 다양한 인물들 속에 저자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샤를 뤼스의 동성애적 면모, 스완의 높은 예술적 취향 등. 이외의 인물들 역시 다양한 자기의 모습의 무의식적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꿈-작업을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또 다른 무의식의 특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펴본 무의식의 특징은 곧바로 시와 미술작품들을 볼때도 적용할 수 있을듯하다. 이제 누구도 그림을 볼 때 이 그림이 사실적인지 아닌지를 보지 않는다. 선형적 시간성을 적용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치 꿈 속처럼 논리적 관계나 의미 중심에서 벗어나 기표 중심, 언어를 사물처럼 보는 것처럼 볼 때 더욱 더 잘 이해되는 그림이나 시가 많다.

 

회화나 시처럼 꿈을 살펴보고, 반대로 꿈을 해석하는 것처럼 회화나 시를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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