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집회에 잠시 들리기도 했지만 함께 공부했던 분을 만나뵙기로 했습니다.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가 진행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음완보와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전.
함께 점심을 먹고 산보(散步)겸 해서 전시를 봤습니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다
미음완보라는 말 자체가 소박하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은 소리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다'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읊조리며...읊조리며...읊조리며 천천히 걷는다라니.
미음완보라는 발음도 새롭고 좋았다는.
더 좋았던 것은 미디어아트방식으로 표현된 다양한 정원 모습이었습니다.
좋았다는 말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벽면 전체를 정원 모습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차분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오랜만에 숲속에서 편히 쉬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담고 있는 우리의 전통 정원모습도 참 좋았습니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 동그란 섬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 미디어아트방식으로 표현된 태초/우주/물결의 표현들.
반복해서 한참을 보고 있으면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참 동양적으로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는 20평쯤 되는 공간 3면에 걸쳐서 영상이 투사되었는데 꽤 압도적이었습니다.
담양의 소쇄원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정원들이 3D영상으로 재현되는데, 차분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마치 그 공간에 온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전체를 다 보고 나면 아주 건조하고, 인공적인 벽면이 잠시 나옵니다. 벽면과 화려한 영상이 번갈아 보여서 도리어 환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 환상이 아니겠는가라는 마음.
"마음이 한가롭다면 굳이 강호를 찾아가고 산림에 은거할 필요가 있으랴" 라는 문구가 참 와 닿았습니다.
기대했던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를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미음완보, 전통정원을 걷다'라는 전시가 참 좋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두 전시 모두 무료라는 점. 혹시라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근처를 가신다면 집회에도 가시고
또 이 전시도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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