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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카프카, 강박적 이미지를 강요하는 텍스트 생산자

by 홍차영차 2024. 10. 12.

 

이번주부터는 단편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중에서도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법 앞에서>를 중심으로 각자의 해석을 이야기해봤다. 역시 혼자 읽는 것과 세미나를 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같다. 단 둘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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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을 연속해서 읽다보니 장편소설과는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카프카는 소설가이지만 글로써 그림을 그리는 화가같다는 느낌이 처음 들었다. 카프카의 단편소설을 읽어가다보면 뭔가 환상(영)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카프카의 단어들, 그들의 배치가 만들어내는 강박적인 이미지(환영)라고 해야할까. 소설이지만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소설가가 아니라 화가의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신기한 느낌! (들뢰즈와 언어에서 공부했던 시뮬라크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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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지에서> 나오는 처형기계, 사람의 등에 자신의 죄목을 새기면서도 정작 죄인을 자신으리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미지. 이야기이지만 여기에서도 처형기계, 탐험가, 장교, 죄수들의 이미지가 혼합된다. 

 

<법 앞에서> 에서는 커다란 문, 벽은 없으면서 오로지 거대한 철문으로 된 문과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 그리고 그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의 이미지! 이 단편은 이전에도 몇 번 읽었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이미지와 함께 법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무의식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소설 마지막에 "이곳에서는 너 이외에는 아무도 입장을 허락받을 수 없어. 왜냐하면 이 입구는 단지 너만을 위해서 정해진 곳이기 때문이야." 라는 문지기의 말이 나온다. 즉, 법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직면하는 것인데, 법이나 사회적 규범이 내 몸/정신에 새겨넣은 문지기에 의해 계속해서 거절당하는 상황. 문지기의 옷에 붙어 있는 벼룩까지 알아볼 정도로 연구하는 것과 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 문지기의 거절이나 명령은 법이나 사회적 규범이 만들어낸 의식이자 가면일 뿐. 문지기의 말을 무시하고 그저 들어가면 될텐데 

 

이번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시골의사>였다. 

몇번이나 읽었던 소설인데 이번에 읽었을 때도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는 느낌. 구글링을 열심히 하다 만난 야마무라 코지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뭔가 확 느낌이 왔다. 영상을 보고 다시 <시골의사>를 읽으니 소설 전체가 굉장히 환상적인 초현실주의 이미지처럼 보였다. 달리의 그림이나 표현주의 작가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또한 무의식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가 아니였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장면 장면 하나가 다 뭔가를 상징하는듯하게 보인다.

눈 내리는 추운 날씨에 죽어버린 말, 돼지우리에서 나타난 마부와 두 마리의 말, 하녀 로라 - 의식적 노력이 죽어버리자 나타난 무의식적 욕망이 바로 마부와 두 마리의 말을 뜻하는 것 같고, 그 마부가 하녀 로라의 얼굴에 이빨 자국을 낸 것은 그녀가 자신의 것이라는 흔적을 내고 싶어하는 욕망이지 않았을까.

환자 소년, 상처, 의사, 벌거벗은 몸 - 의사의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직업을 갖고 있는 카프카의 모습처럼 보이고, "나는 아름다운 상처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지요"라고 말하는 소년은 바로 소설을 쓸수밖에 없는 문학-기계인 자신을 나타내는 듯 하다. "아름다운 상처"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문학-기계가 될 수 있었고, 또한 그 때문에 상처는 치유불가능이다. 벌거벗은 몸은 명목상의 직업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벗어나지 못한 상황처럼 보인다. 간단하게 써 봤지만, <시골 의사>는 해석의 여지가 굉장히 크다. 그리고 이 외에도 이 소설에 나오는 온갖 단서들이 다 '상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시골의사>를 좀 더 정치하게 읽고 각각의 인물, 상황, 단어들에 대한 상징이 어떤 것인지 마음대로 해석해 보고 싶다. 이런 작업이 바로 나 자신의 무의식을 살펴보는 훈련이 될 것 같기도 하다.

 

https://youtu.be/ZDjmW-gIsKs?si=-mRgJFWJKJG41k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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