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우리 나라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대개 어딘가에 닿게 되거든요."
여왕이 말했다.
"느려터진 나라로군! 이제 너도 알게 되겠지만,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48쪽)
"내 기억은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데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기억할 수 없어요."
하얀 여왕도 자기 생각을 말했다.
"과거에 대해서만 작용한다면 기억력이 형편없기 때문이야." (99쪽)
앨리스가 말했다.
"그건 믿을 수 없어요!"
하얀 여왕을 측은하다는 듯이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고? 다시 해 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눈을 감아."
앨리스는 소리내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얀 여왕이 말했다.
"아마 연습이 부족해서 그럴 거야. 내가 너만한 때에 난 하루에 30분씩 연습을 했어. 응, 어떤 때는 아침을 먹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여섯개나 믿기도 했지. 숄이 또 날아가네!" (104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는 쉽게(?) 읽었다.
물론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논리적 전개란 없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만 몇몇 언어유희를 보면서는 '루이스 캐럴'이 아재개그의시초인가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들 몇가지 아재개그, 언어유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언어 유희 관련된 것을 몇 가지 살펴보자.
가장 쉬운 것이 비슷한 발음에 대한 장난. 밀가루(flour)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꽃(flower)이야기가 나오고, 꽃밭(flower bed) 이야기에서 갑자기 잠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기도 한다.
더 많이 나왔던 장난은 언어, 단어의 1차적 의미와 2차, 3차적 의미를 혼돈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다. 가령 앨리스가 길을 잃어서(lost my way) 여왕에게 길을 묻는데, 여왕은 모든 길은 내 길(my way)이라고 말하면서 너의 길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다.
또 어떤 일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데(address), 갑자기 옷(a dress)을 입는 것으로 답하기도 하고, 앨리스는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다(I see nobody)고 말하는데, 그렇게 먼 곳에서 아무도(nobody)라는 사람을 보았느냐고 눈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거 사실 아재개그 아닌가? ^^;;;
이 외에도 완전히 상식을 넘는 이야기들은 여기 저기서 넘쳐 난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울이라는 특성상 현실 세계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곳에 가려면 반대방향으로 걸어야 하고, 글자는 거꾸로 적혀 있는 것은 기본이다. 장미와 데이지가 말하는 것을 물론이고, 꽃 사이를 돌아다니는 커다란 코끼리-벌도 나온다. 여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여왕이 양이 되기도 한다. 뭔 이런 점들은 그저 환타지적 요소로 생각하면서 쉽게(?) 넘어 갈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권 다 읽었지만 사실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의미와 내용의 방식으로는 절대로 독해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해'한다거나 '해석'한다는 말을 쓰고 있지만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책은 루이스 캐럴이 어린아이들에게 해준 동화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해석'하거나 '독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들려주는 그대로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상상들과 감응들로 즐겼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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