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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언어 유희

by 홍차영차 2024. 1. 17.

"글쎄요, 우리 나라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대개 어딘가에 닿게 되거든요."

여왕이 말했다.

"느려터진 나라로군! 이제 너도 알게 되겠지만,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48쪽)

"내 기억은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데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기억할 수 없어요."

하얀 여왕도 자기 생각을 말했다.

"과거에 대해서만 작용한다면 기억력이 형편없기 때문이야." (99쪽)

앨리스가 말했다.

"그건 믿을 수 없어요!"

하얀 여왕을 측은하다는 듯이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고? 다시 해 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눈을 감아."

앨리스는 소리내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얀 여왕이 말했다.

"아마 연습이 부족해서 그럴 거야. 내가 너만한 때에 난 하루에 30분씩 연습을 했어. 응, 어떤 때는 아침을 먹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여섯개나 믿기도 했지. 숄이 또 날아가네!" (104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는 쉽게(?) 읽었다.

물론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논리적 전개란 없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만 몇몇 언어유희를 보면서는 '루이스 캐럴'이 아재개그의시초인가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들 몇가지 아재개그, 언어유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언어 유희 관련된 것을 몇 가지 살펴보자. 

가장 쉬운 것이 비슷한 발음에 대한 장난. 밀가루(flour)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꽃(flower)이야기가 나오고, 꽃밭(flower bed) 이야기에서 갑자기 잠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기도 한다.

더 많이 나왔던 장난은 언어, 단어의 1차적 의미와 2차, 3차적 의미를 혼돈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다. 가령 앨리스가 길을 잃어서(lost my way) 여왕에게 길을 묻는데, 여왕은 모든 길은 내 길(my way)이라고 말하면서 너의 길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는다.

또 어떤 일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데(address), 갑자기 옷(a dress)을 입는 것으로 답하기도 하고, 앨리스는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다(I see nobody)고 말하는데, 그렇게 먼 곳에서 아무도(nobody)라는 사람을 보았느냐고 눈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거 사실 아재개그 아닌가? ^^;;;

이 외에도 완전히 상식을 넘는 이야기들은 여기 저기서 넘쳐 난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울이라는 특성상 현실 세계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곳에 가려면 반대방향으로 걸어야 하고, 글자는 거꾸로 적혀 있는 것은 기본이다. 장미와 데이지가 말하는 것을 물론이고, 꽃 사이를 돌아다니는 커다란 코끼리-벌도 나온다. 여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여왕이 양이 되기도 한다. 뭔 이런 점들은 그저 환타지적 요소로 생각하면서 쉽게(?) 넘어 갈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권 다 읽었지만 사실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의미와 내용의 방식으로는 절대로 독해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해'한다거나 '해석'한다는 말을 쓰고 있지만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책은 루이스 캐럴이 어린아이들에게 해준 동화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해석'하거나 '독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들려주는 그대로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상상들과 감응들로 즐겼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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