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Q] 멤버쉽 세미나 5 (10/10, 목)
주제 : 책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 영화 - 서칭 포 슈가맨
참석 : JH. Jeon, 뿔옹
장소 : 강남 토즈타워점
생각은 관념일 뿐, 생각한다는 것이 아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양식으로 그 생각이 내 몸에 새겨져 있을 때, 생각이 앎이 된다. 실천 없는 생각들, 내 삶에 아무런 균열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교학상장을 꿈꾸며 진행해 온 멤버쉽 세미나. 배움이란 받아들이는 쪽의 긴장감에 비례하는 것인 데, 나는 이 모임에서 어느 정도의 지적 긴장감을 느끼는가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한 달에 한번이라는 너무나 여유 있는 시간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배움이 서로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2시간의 짧은 모임이 아니라 만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에서 얼마나 날선 비판정신을 유지하면 살아가는가이다. 마치 칼을 뽑기 전의 무사처럼.
‘서칭 포 슈가맨’의 로드리게즈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월 속에서 그대로 무너저 버리지 않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준비했다기 보다는 자기 삶의 모양이 조금 바뀌었다는 듯이 무명의 가수였을 때나, 일일 건설노동자였을 때,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퍼스타가 되었을 때도 전혀 방향을 잃지 않았다. 우리의 공부와 배움은 바로 이런 모양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책을 읽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영화를 보았다고 아는 것이 아니듯,내 삶에 한 번의 동요도 만들지 못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10월 모임에서는 한 명의 멤버와 1:1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더 진지한 세미나가 되었다. 로드리게즈의 삶에서 발견한 내공을 갖춘 삶이 어떤 것인지 논의하였고, 다치바나 다카시를 통해서 드러난 ‘교양’의 의미와 그 교양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천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특히, 개인적인 비전 발견(how to find)과 그 실천(how to do)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첫 걸음으로 멤버와 실천약속을 정하였다. 배움이 삶이 되는 것이 이 약속의 실천을 통해서 드러나길 기대해 본다.
11월의 주제는 책 – ‘김영민의 공부론’, 영화 – ‘템플 그랜딘’이다.
오는 사람이 있으니 가는 사람도 있게 마련. 지난 달 모임에서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였는데, 아쉽게도 이번 달부터 JY.Kim이 모임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서운한 맘이 없지만, 몇 번의 모임 속에서 조금이라도 인생의 지도 그리기에 도움이 되었기를 희망해본다.
2013. 10. 15
[JH.Jeon]
서칭 포 슈가맨 : 타인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을 미치며 행동하게 만드는 사람, 로드리게즈!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나는 글로벌 리더십 학생협회에 가입을 하였다. 거기에서 한 활동 중에 하나가 나만의 비전, 나만의 좌우명을 만드는 것이었다. 20년을 살면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만의 비전을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어렵기만 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나는 원래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 속에 있을 때 활기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만든 나만의 비전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자’였다. 생각해보면, 이 좌우명을 만들고 난 이후에 나는 더 열심히, 치열하게 나만의 꿈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는데 사실 그냥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이 좌우명이 나에게 큰 의미가 없는 채로 지냈던 것 같다. 그러던 나에게 ‘서칭 포 슈가맨’ 이 영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
주인공인 로드리게즈는 기타를 치며 담담하게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음악가이다. 허술한 바, 트랜스젠더바 등 남들이 무시하는 곳에서도 음악을 하며 그는 자신을 음악을 찾아주는 곳에서는 열심히 음악을 했다. 그는 부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 노동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 나갔지만 그것을 비관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가사를 쓰는 능력을 알아보고 음반사에서 그는 밥딜런 같은 존재라며 그의 앨범을 2번이나 냈지만, 미국에서 그의 앨범을 한마디로 ‘망했다’. 미국에서는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한참 떨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엘비스보다 유명한 ‘스타’ 가수가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그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남아공에서는 황금같은 기회를 통해 앨범이 대박 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를 취재해 가고 그의 딸들과 인터뷰를 보면서 그가 단순히 천부적인 재능과 기회로 인하여 남아공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그들에게 뜨거운 무언가를 전해 주었다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 꿈에 대한 열정이다. 그는 ‘음악’을 사랑했던 것이었지 음악으로 인한 부, 명예를 쫓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열정 속에는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회에 대한 반항, 고찰이 있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디트로이트는 험난하고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남들처럼 좌절하고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가 아니라 꿈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는 생각만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정치와 사회 참여도 게을리 하지 않는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딸들에게도 항상 예술에 노출을 시키려 많은 노력을 했다.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책과 그림, 음악을 통해 지적 긴장을 주려고 하였다. 영화에서 나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대사 중에 하나가 로드리게즈의 딸의 말이었다. “가난하고 가진게 없다고 해서 그들의 꿈이 크지 않은 것이 아니예요. 더욱이 영혼이 풍요롭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다 같은 사람이고 다른게 없어요.” 나에게 뭔가 뜨거운 게 전달 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돈을 많이 가지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이 마땅하고 그들에게는 큰 꿈과 야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막 대해도 되고 그들에게는 그저 소소하게 삶을 살아가고 꿈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꿈을 가지는 것 자체를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계급이 있는 꿈이란 없고, 각자의 꿈은 각자에게는 너무나도 크고 소중한 것이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것을 우리는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누구나 부와 명예, 성공을 위해 달려야만 게으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채찍질을 하고 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로드리게즈의 열정(꿈)과 내공이 빛을 발하여 남아공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그들에게 아프리카인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노래를 내는 운동을 하게 영향까지 미치게 하였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음악적 감동을 준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메시지를 부여고 사회를 돌아보고 비판 하고 행동하게끔 만든 것이다. 나는 이때까지는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사람이 되어서 나의 부를 사회에 나누어 줄 수 있게 되면 그때서야 성공한 것이며 꿈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가 원하는 꿈을 위해 열심히 묵묵히 달려나간다면 그 일이 어떤 큰 명성과 돈을 벌어다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게 바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 나감으로써 분명히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바로 로드리게즈처럼.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다치바나 다카시)
: 대학생으로서의 교양을 가지자
일본에서 최고의 지성을 자부하며 엘리트들만이 갈 수 있다고 하는 도쿄대학.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도쿄대생이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왜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고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설명되어 있는 도쿄대학은 우리나라 대학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지금 고등학교는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서 문과는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등의 과목은 잠깐 배우거나 전혀 배우지 않고 이과는 문과의 과목을 거의 배우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학문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편협한 시각만을 갖추게 되고 사회의 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데에 취약하게 된다. 또한, 대학은 이제 취업을 위한 학원 정도로 여겨지면서 전문적인 지식만을 가르치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이 대학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는 리버럴 아트 교육이 부재하고, 일반 교양이 없는 기계적으로 답안만 외우고 있는 학생들만 졸업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대학은(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그 시작부터 관리 양성을 위해 설립한 관학의 성격을 띄었고 국가에 종속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국가 체제에 반항을 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펼치는 학생들에게는 낮은 평가와 점수가 주어졌다. 그래서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법으로 알아듣고 그의 모든 말을 외워서 답안을 채우는 ‘찻잔’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경제학 수업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 원서를 쓸 때 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경제에 이바지하는, 어려운 이들에게 경제적인 지식을 통해 행복해 질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제학이라고 하면 수학적으로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사회를 해석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각을 가지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4년 동안 배웠던 경제학 수업들은 내 생각 외로 정확한 수학적 답안만을 요구하였고 경제학적 지식,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다. 다른 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저 수학 문제 몇 개만 더 잘 풀면 우수한 경제학도가 되는 것이었다. 나의 능력도 부족했을 수 있지만 점점 그런 수업 방식과 시험에 지쳐서 경제학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 버리게 된 것 같다. 분명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았지만 몇몇 교수님들은 좋은 답안지를 길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신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나는 학과 수업 뿐만 아니라 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시간과 조건이 충분했음에도 그런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사회에 필요한 기초적인 능력, 폭넓은 상식을 다져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그런 것은 잊은 채 4학년이 되고 나서 좋은 직장이 어디인지, 어떻게 취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극히 덜 중요한 것에만 매달려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직장에 가서 직장에 대한 이해와 스킬은 금방 배울 수 있겠지만 내가 직접 프로젝트를 맡아서 문제를 깨닫고 해결해 나가는 내공 같은 것은 직장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길러야 하는 것 이었다. 책에서는 내가 그런 교양(폭넓은 상식, 기초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와 나를 이해하는 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그 세계를 설명하는 비교적 간단한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이다. 언뜻 듣기에는 너무 막막하고 황당하지만 그 말의 뜻은 어떤 세계든, 사건과 상황이든 근본과 근원부터 들여다 보면서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 만연해 있는 빨리 시험에 붙는 스킬이 아니라 정말 문제 자체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그 능력이다.
이 책에서는 수준이 낮은 대학생들을 꼬집는 내용이 몇 개 있었는데,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얼굴이 달아 오르기도 하였다. 진정으로 현대사회에 필요한 교양이 아닌 다른 저급 문화에만 내 소중하고도 젊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게 되었다. 지금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에게 조언과도 같은 책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아직은 감상문을 쓰는 실력이 좋지는 않지만 이런 좋은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해 보고 조금이라도 깨닫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인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중요한 일은 실천 이라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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