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Q] 멤버쉽 세미나 4 (9/12, 목)
주제 : 책 - ‘지식인의 표상(에드워드 사이드)’, 영화 - ‘가타카(1997)’
참석 : JH.Park, JH.Jeon, YJ.Hwang, 뿔옹
장소 : 강남 토즈타워점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우성 인간과 열성 인간이 정해지고 바뀔 수 없는 자신의 유전자 정보만으로 자신의 한 평생이 좌지우지되는 사회.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그냥 넘겨버릴 수 있을까? ‘변하지 않는 것’들에 기대고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이 바로 이와 같은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영화에서 나오는 미래 사회 유전자 조작 역시 그 부모의 부(富)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의 부를 통해서 다양한 방법-교육, 환경, 건강, 친구 등-을 통해서 자식들을 우성적 인간으로 만들어가려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과연 다른 모습이 있을까? 명문대 졸업장을 가졌다는 사실은 고등학교 때 어떻게 공부했느냐는 단편적 사실만을 알려줄 뿐이고 더 나아가서는 현재의 입시제도의 틀에 잘 맞는 ‘표준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에게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그 생명의 앞길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걸어가던 앞길이 막혔다고 그 자리에서 절망하는 강아지는 없다. 뒤로 돌아서 자기 집을 다시 찾던지 아니면 개구멍이라도 만들어서 계속해서 움직여 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변하지 않는 것들에 의지해서 살게 된다면 결국은 우리 삶 자체를 생동감 없는 죽은 삶으로 만드는 것이 된다.
9월 모임에서는 ‘지식인의 표상’과 ‘가타카’를 통해서 바로 이런 모습에 대해서 고민을 해 봤는데 앞길이 예상되는 안정된 상태만을 행복한 것으로 생각해 왔던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되었다. 지적 긴장감이 필수적인 지식인의 길은 그리 쉽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꿈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그러한 지적 망명의 길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고 위대한 아마추어리즘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람시가 이야기한 것처럼 누구나 지식인이 될 수 있지만, 모두가 지식인의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0월의 주제는 책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 영화 – ‘서칭 포 슈가맨(2011)’이다.
지난 달 모임에서 좋은 멤버가 새롭게 합류하기를 기대했는데, 바라는바 대로 신규멤버 한 분이 들어오게 되어 세미나가 쇄신되는 느낌이다. 모임 후에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던 대로, 멤버 모두가 세미나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통해서 제대로 노는 법을 알아가는 그런 모임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는 발표자를 당혹시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내공으로 다 함께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3. 09. 12
- 아 래 -
[JH.Jeon]
지식인의 표상
지식인이란 누구인가? 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해왔던 지식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인 이라고 한다면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한 고학력,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하여 권위를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정부의 고위 관직자, 변호사, 교수님, 국제사회 전문가 등이다. 이런 지식인들이 의견을 펼칠 때 말하는 언어는 전문 언어들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대중들)에게는 뜻을 이해하기도 어려워서 그저 권위를 믿고 수긍하며 절대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이때까지 이런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식인들은 그 자체로 객관적이고 냉철하며 어떤 문제에도 주변 이해관계에 여의치 않고 소신껏 목소리를 내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때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미국인들의 인디언 부족 침략 등 때에도 거세게 강대국에 비판 하는 세력도 있었으나 국가(정부)와의 이해관계로 인한 몇몇의 지식인들은 눈치만 보며 반대 주장을 내는 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항상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도덕적 잣대를 세워야 하는 지식인들이 현대에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논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싫어하며, 온건하고 명예로운 상을 받는 일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지식인들이 기꺼이 사회를 위해 반대의 목소리와 날카로운 비판을 멈추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만 잘살면 된다’하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황에 빠져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지식인들의 자각과 현실 비판이 없다면 현대 사회는 점점 도태되고 도덕적인 기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것이며 사람들에게는 편법이 난무하게 되고,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좋게 평가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으로 나는 이게 지식인들의 나태함만을 꼬집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모든 일반 대중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인데, 특히 나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보게 하였다. 이 책 중에서 ‘지식인들이 자신은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은 온건하고 명예로우며 부를 축적하는데 온 힘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이 정말 내가 요즘 원하고 있는 삶이며 목표였던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항상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원하면서 내가 우아하게 나의 능력을 쌓아 부와 명예를 다같이 가지게 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크다). 내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가치와 목적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부와 명예에 대한 큰 집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맹목적인 부와 명예를 쫓는 것에 대해 왜 옳지 않은 지에 대한 것은 지금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던 것은 현대사회에서 옳은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지식인들이 자신의 이익과 상황에 따른 판단으로 인해 침묵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세상을 옳지 않은 방향으로 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임을 통해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많은 생각의 변화와 물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 책이었다.
가타카
‘천재는 1%의 영감과 99%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긍정적인 편이고 모든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말을 100% 믿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노력을 100% 넘게 한다고 하더라도 하늘에서 선물한 천재들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에 의해 태어나는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유전학적으로 우성인자만 골라서 아이를 선택적으로 태어나게 하는 빈센트의 시대때는 더더욱 열성인자들은 우성인자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이고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먼저 말한다면 누가 봐도 열성인자들보다 과학적으로 능력이 떨어진 빈센트가 은메달만 땄던 제롬을 우주 항공 센터의 최고 요원으로 만들었고 훌륭하게 해내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결과물이다. 유전학적으로는 뒤떨어지는 빈센트였을지는 몰라도,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꿈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의지로 그들을 초월하고 결국 이겨냈다.
나는 이 영화를 중학교 때 한번 보고 세미나를 하며 다시 보게 되었다. 중학교 때 보았을 때는 후대에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유전자를 선택하고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 끔찍하고 너무 슬픈 세상이 되겠다, 이런 생각 정도 했던 것 같다. 이번에 다시 보게 되면서 나는 빈센트가 매일 출근을 위해 제모, 피검사, 소변검사 등을 준비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떨어지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요원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부하고 갈고 닦은 그 노력의 시간들이 존경스럽고 감동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나에 대해 과대평가한 부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지금 어떤 일은 할 수가 없어, 나는 이런 사람이 될수는 없어, 라고 너무 빠르게 단념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JH.Park]
가타카
영화 가타카는 생명과학이 발달하여 유전적 정보만으로도 그 사람의 미래까지 판단 짓는 사회를 보여준다. 태어남과 동시에 운명이 결정된다면, 그것이 원치 않는 운명이라면 어떨까. 아마 누구나 그 운명을 거부하고 새 삶을 개척하고 싶을 것이다. 사랑으로 잉태되었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여 30세에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빈센트는 인공수정을 통해 우성인자만을 가지고 태어난 동생 안톤에게 항상 밀리지만, 끊임없이 도전해서 결국 수영 겨루기에서 이긴다. 빈센트는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았지만, 세상은 이미 유전적 정보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빈센트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제롬의 유전정보를 받아 우주비행사가 된다.
철저히 유전자를 중시하는 사회는 아직 먼 얘기 같지만, 아주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자연을 대상화하고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곧 이와 같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인간은 개척하고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태어나자마자 유전정보에 각인된 대로 살아야 한다면 살아야 할 이유와 의지를 없애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빈센트를 통해서 인간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로 유전적 판단이 들어맞았다면 그는 30세에 사망했어야 했고, 그 전에 키를 늘리는 수술 중에 이미 사망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을 극복했고 결국 염원이었던 우주비행사가 되기에 이른다. 빈센트를 보며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라거나, ‘부모님을 닮았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분을 고치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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