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뉴스를 보는데 'AI 카타고를 이긴 신진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깜짝 놀랐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마지막 승리를 거둔 것이 벌써 10년 전 일인데, 신진서가 알파고의 후예를 이겼다고? 뉴스 기사를 좀 더 살펴보니, 접바둑으로 - 2점을 깔고 2:1로 승리했다는 소식이었다. 아, 이제는 호선으로는 AI바둑 실력을 넘어설 수 없구나. 기사를 보면 대부분 프로기사들은 3점을 놓고 두어도 이기기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여기까지 뉴스를 읽고 나니 현재 바둑계가 어떤지 궁금해졌다. 2026년에 EBS에서 제작한 다큐 "알파고 10년 - AI와 바둑"이라는 영상을 찾아봤다. 한 마디로, 상상 이상으로 바둑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2년 전에 'AI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쓰면서 바둑을 예로 들었던 적이 있다. 글의 결론은 이것이었다.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처럼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는 것. 불과 2년이 지났는데 바둑계에서는 'AI처럼 바둑을 두는 것'이 일반이 되었다.
놀라웠던 점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 바둑기사이자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신진서의 바둑이 AI 바둑과 가장 가깝다는 분석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AI 바둑과 비슷할수록 승률이 높은데 신진서의 바둑을 AI 바둑과의 유사도가 37%까지 올라왔다는 것. (AI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글에 인용한 기사들은 보면, 이미 2024년 한중일 각가의 나라에서 최고의 바둑기사들은 AI바둑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왜 여기에 두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두면 승률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바둑기사들은 AI의 생각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바둑 기풍이란 것이 거의 사라졌다. 스승이 있다고 해도 이제는 스승의 이야기나 기보에 의지하는 제자는 거의 없다. 스승이 이게 좋다고 해도 이제는 혼자서 AI프로그램을 돌려서 확인하고 더 좋은 승률이 나오는 길을 가게 된다. 모두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훈련하다보니 당연히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바둑을 두게 된다. 목표는 하나 더 높은 승률! (10년 전 이세돌이 바둑돌을 놓은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바둑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
예상과 조금 달랐던 점도 있다. AI 바둑프로그램과 승률 예측을 통해서 전체적으로 바둑 실력이 향상된 것은 맞지만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실력차가 급격하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신진서와 같은 최고수들의 경우 감각적으로 AI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바둑을 둔 이유를 이해한다는 것. AI 바둑을 그냥 외워버려도 초반에는, 아니 중급정도의 사람들과 대국했을 때 승률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를 거기에 둔 이유를 이해하기가 못하기 때문에(조만간 AI 해설자가 그 이유도 설명해 줄 수 있을듯 하다.) 실제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가져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에 신진서와 같은 바둑의 초고수들은 AI바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그 맥락까지 이해하는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 프로 선수들간에도 큰 격차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chatGPT, Gemini, Grok이 일상화되기 시작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인공지능과 대화하기도 하고, 일상에서의 간단한 물음에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 맞다.!우리의 정신공간이 점점 더 AI를 닮아가고 있다. 바둑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점점 더 AI처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AI를 반대하고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공간이 AI를 닮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당연히 정신공간의 변화는 행동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의 태도 변화에 당황하지 말자.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다시 한번 새겨보자. 신진서가 AI 바둑을 적극 도입하고, 또 그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감각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를 생각해보자.
정신공간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구술문화 속에서 처음 문자가 생긴 이후의 변화, 함께 소리내서 낭독했던 세계에서 띄어쓰기와 같은 기술로 홀로 묵독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변화, 항상 물질세계와 연계되었던 아날로그 문자에서 디지털 문자로의 변화까지. 현재 'AI의 정신공간을 닮아가는 것'은 바로 디지털 문자로의 변화 속에서 일어나는 정신공간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현재 AI처럼 효율적으로 사고하는게 더 좋다 혹은 이전의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변화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윤리와 규범을 발명해야 한다. 구술적 인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아킬레우스가 보기에, 문자 사회의 대표인 햄릿같은 사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속마음을 속이고 고뇌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은 영웅답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햄릿과 같이 속이고 속고, 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인간들이 주류가 된 세계의 윤리를 발명해냈다. (칸트?)
지금이 바로 그런 격변의 시기다. 새로운 철학을 발명해내야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윤리/행동을 실험해야 한다. 이전에 황무지라고 무시했던 곳에 길을 내야할지도 모르겠다.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신진서 대 카타고 | 중앙일보
인공지능(AI)은 바둑 세계를 완전히 제패했다. 무한대에 가까운 계산능력으로 신적인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인간도 근 5000년에 걸쳐 바둑을 두어왔다. AI를 통해 새로 배운 것도 있다. 그렇다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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