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이었을까.
프로코피예프의 곡을 듣고 있으면 미친놈 아닌가라는 생각이든다. 사실 처음 Romeo and Juliet Suite: Montagues and Capulets을 듣고 좋아하게 된 것은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에서였다. 정말 좋아해서 몇번이고 봤던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에는 클래식곡 들이 꽤 많이 나오고 연주들도 상당히 좋다. 프로코프예프의 이 곡은 마에스트로 슈트레제만이 등장할 때 나오는데(1/30초) 웃기면서고 긴장감을 주려는 곡의 느낌과 꽤 어울린다.
그런데 첫부분부터 듣고 있으면 마치 지옥의 문이라도 열어버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소음처럼 들리는 구절이 나온다. 두 가문의 절규처럼 들리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후에 바로 좋아하는 구절이 이어서 나온다. 비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과장스러워서 조금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 음악.
사실 이 곡과 함께 프로코피예프의 전쟁소나타를 좋아하는데 특히 7번의 1악장을 자주 듣는다. 첫 부분을 듣고 있으면 그냥 광년이가 작곡하고 연주한다는 느낌. 하지만 이 미친 곡, 피아노를 마치 타악기처럼 다루는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오히려 편해진다. 미친 세상에서 나만 정상이었나 아니면 정상인 세상에서 나만 미쳤던 것가라는 혼란스러움이 사라진다. 신기하게도 이 곡을 들으면 매번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 광적인 곡만큼 작금의 현대성을 잘 드러내는 곡이 있던가. 파괴적인 노트들을 듣고 있으면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곡에 몰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서워할 것 없다. 현실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없다. 망설이고 두려워 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냥 활짝 열어젖히시기를. 사실 열고 나면 그곳에 광대가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별 것 없다는 사실.

Romeo and Juliet Suite: Montagues and Capulets

Prokofiev Piano Sonata No. 7 in B-flat Major, Op. 83, "Stalingrad" (Poll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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