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고 있으면 가끔 고양이가 책상위로 올라올 때가 있다.
심심해서라고 생각하고, 먹고 있던 과자봉투의 자투리를 잘라서 던져준다
세로 7~8cm에, 가로 1.5cm 정도의 바스락거리는 자투리조각
놀랍게도 고양이는 바스락거리는 과자봉투 조각을 향해 눈빛을 반짝이며 몸을 던진다. 잡아챈다
사실 고양이가 사물과 놀이하는 장면은 그 어떤 영화보다 놀랍고 흥미롭다
볼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잘 보지 않는데
과자봉투와 놀이하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게 된다
마치 굉장한 사냥감을 쟁취한 듯 그르렁 대면서
봉투조각을 가지고 구석으로 간다. 혹은 카페트 밑으로
앞발로 봉투조각을 툭~치고는 순간적으로 움직여서 다시 잡는다. 봉투조각과 씨름을 한다
한동안 노려보면서 툭툭 치기도 하고, 입에 물고 숨길곳을 찾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봉투조각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과자봉투는 생명이 없다. 의지도 없다
그런데 고양이는 봉투조각과 힘을 겨루고, 열정을 바쳐서 쟁취하고, 놀이를 한다
이게 바로 고양이의 위대성이 아닐까
물론 다른 바스락거리는 사물이 등장하는 순간
과자봉투의 생명이 다했다는 듯이 전혀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난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다 낭독했다.
5주간에 걸쳐서 낭독을 통해서 다 읽었다.
마지막 부분에 있던 '자석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낭독하면서 다시 과자봉투와 사투하는 고양이가 떠올랐다.
현재 내가 '사물의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물과의 관계를 결정짓는다.
사물에는 아무런 힘이 없고, 어떻게 다뤄도 상관없다는 태도는 단지 사물과의 관계에만 영향을 주는게 아니다.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 힘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사실은 내가 '사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움직이는게 나의 의지를 통해서인가.
과자 봉투도 움직인다. 바람이 불면 움직이고, 고양이가 앞발로 툭 치면 움직인다.
몇초만에 장소를 옮기는 것이 움직이는건가? 수십년에 걸쳐서 몇미터를 움직여가는 나무는 움직이는 걸까.
사물에 대한 태도는 사물과의 관계뿐 아니라 식물, 동물, 사람들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제서야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것 같다.
참, 오늘 아침은 살짝 자라난 참나물순과 취순 고추장 비빔밥을 먹으면서 봄을 만끽해야겠다.
희랍인들은 그 돌을 그 출신지 이름을 따서 마그네타라고 부른다,
그 기원이 마그네테스 인들의 조국 경계 안에서 성립되었다 하여.
사람들은 이 돌에 감탄한다. 사실 그것은 자주 자신에게 매어달린 반지들로 된 사슬을 만들어낸다.
왜냐함녀 때때로 다섯 또는 그 이상이 줄지어 늘어져서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다른 하나가 밑에서 달라붙어 매달리고
하나로부터 다른 것이 도르이 힘과 묶는 능력을 알아보면서
그것의 힘은 그 정도로 관통하여 흐르면서 발휘한다.(496)
......
우선 이 돌들로부터 아주 많은 씨앗들, 혹은 흐름이
흘러나가야 한다, 그 돌과 철 사이에 놓인
모든 공기를 타격으로 밀쳐날 것이.
이 공간이 비워지고 중간의 많은 자리가
공백 상태가 되면, 즉시 철의 기원들이
그곳으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서로 연결된 채로. 그리고 반지
자체가 따라가, 그런 식으로 몸 전체로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사물도 그 기초적 요소들에 있어서,
차갑고 거칠고도 강한 철의 본성보다
더 긴밀하게 얽히고 서오 엮여 달라붙지는 않는다,
그런 만큼 덜 놀랍다, 그것이 요소들에 의해 이끌려가니,
반지 자체가 따라가지 않는 한, 철로부터 많은 알갱이들이
함께 일어나 빈 곳으로 옮겨질 수가 없다고 해도,
반지는 이것을 행하고 따라간다, 마침내 돌 자체에
당도하여, 보이지 않는 연결로써 그것에 달라붙을 때까지.
같은 이 일이 모든 방향으로 일어난다. 어느 방향으로부터
자리게 비게 되든지 간에, 비낀 방향이든 위쪽이든
즉시 빈 공으로 근처의 알갱이들이 이동한다.
왜냐하면 진정코, 그들은 맞은 편에서 온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지, 자신들이
저절로 위쪽 공기 중으로 솟구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502)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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