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와 마찬가지로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도 역시 랑캉의 관점으로 읽기 좋다.
일상적 공간과 대비되는 반(反)공간으로서의 공간, 그렇다고 유토피아는 아니다. 유토피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으로 꿈꾸는 비현실적 공간이라면 푸코가 언급하는 '헤테로토피아'는 일상적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유토피아와 비슷하지만 현실세계에 있는 특이성의 공간이다!
정원의 깊숙한 곳, 다락방, 그 가운데 있는 인디언 텐트, 아니면 부모의 커다란 침대 - 푸코가 헤테로토피아의 예로서 들고 있는 장소다! "자기만의 반공간, 자리매겨진 유토피아, 모든 장소 바깥의 실제 장소들"(14쪽)이라는 표현을 보면 푸코가 생각하는 헤테로토피아는 마치 상징계로 덮힐 수 없는 실재계의 면모처럼 보인다. 위험하게 보이는가? 하지만 푸코의 말대로 헤테로토피아를 갖지 않는, 구성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헤테로토피아는 존재한다. 나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디일까?
아쉽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1966~67년 이후에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실제 책에 있는 논문들 역시 논문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그의 탐구는 계속 이어졌고, 그것이 차후 주체에 대한 연구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광기의 역사>에서 병원에 대한 탐구, <감시와 처벌>에서 판옵티콘적 장소 그리고 <주체의 해석학>으로.
아주 짧은 글이어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완벽한 개념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은 뭔가 계속해서 질문하게 하는 흥미로운 개념인듯 하다. 그리고 발음이 재밌지 않은가.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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