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부터 시작했으니 7개월 꽉차게 새벽낭독을 했다.
매주 월-화-수 새벽 6시에 일어나 낭독을 해 보니 뭐가 달라졌을까?
소리내서 읽기, 낭독은 힘이 셉니다. 새벽 낭독은 몸과 마음을 깨우고, 생활의 리듬까지도 바꿔줍니다.
하나 낭독은 정신적이기보다 아주 신체적인 활동입니다. 낭독을 마친 후에는 운동을 한 것처럼 몸이 활성화되고 밥맛이 돌아옵니다.
둘 새벽 낭독은 없던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셋 새벽 낭독은 하루의 리듬, 일주일의 리듬, 생활 전체의 리듬을 바꿔줍니다. 새벽 낭독은 일종의 수련이자 기예처럼 느껴집니다.
넷 낭독은 잃어버린 신체성과 감각을 깨워줍니다.
위에 있는 말들은 새벽낭독 시즌1을 마치면서 적었던 경험이다. 의외로 낭독의 힘은 즉각적으로 체험된다. 한 달 정도만 새벽에 일어나 낭독을 하다보면 삶에 활기가 생기는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없던 시간도 생기고, 새로운 신체성과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일단 7개월동안 새벽낭독을 하다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몸에 익었다. 다만 처음에 작심삼일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즉 혹시라도 한주 못 읽더라도 다음주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3일만 새벽낭독을 해왔다. 그래서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은 조금 늦게 일어나면서 좀 쉬는 느낌으로 지낸다. 월-화-수요일 새벽낭독을 잘 하고 나면 일주일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도 특이할만한 점이다. ^^;
그렇다고 목~일요일까지 하염없이 늘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월, 화, 수요일까지 새벽 6시에는 일어나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늦게까지 잔다고 해도 8시를 넘어가지는 않는다. 마음보다 몸이 죄책감을 느낀다. 물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마음 푹 놓고 더 늦게까지 잘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6~7시 정도에는 일어나서 시작하는 삶의 리듬이 잘 정착되었다. 당연히 저녁에는 11시 정도에는 잠자리에 든다. 이전에도 몇번 이야기했지만 새벽낭독'만' 한다고 해서 잠자는 리듬이 생기지는 않는다. 새벽낭독으로 인해서 삶이 좀 더 역동적이 되고, 뭔가를 하려고 움직이기도 하고, 쉽게 운동하러 가는 가벼운 몸이 된다는 점이다.
신체성과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생전 처음 낭독으로 한 권의 책을 마지막까지 읽게 되면 신기한 해석이 떠오른다.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신체 안에만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낭독으로 책을 읽는 것은 분명 묵독과는 상당히 다른 해석, 오로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신체성에 기반한 새로운 해석을 생산하는 것 같다.
이건 묵독에서 이뤄지는 단어의 정보, 내용을 가지고 의미를 발견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떻게 보면 내용과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깨달음(?) 같은 것이 일어난다. 각자의 낭독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복식호흡하는 방식으로 낭독한다. 낭독에 집중하다보면 단어의 뜻보다는 그 울림, 단어들간의 울림들때문에 뭔가 떠오른다. 그 텍스트가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재적 의미인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 없이 내 안에 쌓여진 무의식들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 낭독을 통해서 읽을 때면 묵독의 시각적 해석과는 다른 어떤 것이 생성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느낌, 해석이 문자 이전의 구술적인 사유인지는 모르겠다.
8개월째 계속해서 낭독을 하고 있지만 시각적 세계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텍스트를 보면서 읽는다는 것 자체는 시각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리가 아무리 새벽낭독을 하고 있더라도 문자 이전 혹은 문자가 귀했던 시대처럼 선창자의 목소리를 따라서 읽지는 않는다. 시각과 함께 다른 감각을 깨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보게 된다.
6개월쯤 지나면서는 조금은 습관적으로 낭독했던 것 같다. 이제 6시에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고, 또한 낭독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지만 낭독으로 새로운 감각, 신체성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 느낌이다. 이쯤에서 다시 의식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눈을 버리고 소리에만 집중하면서 다시 낭독을 해봐야겠다. 낭독을 하면서 제대로 '머리를 가진 얼굴'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고싶다.
그리고 한 동안 놓고 있던 매일매일의 낭독 후기도 다시 시작!
역설적이지만 낭독을 통해서 일어난 현상(?), 신체적 변화, 사유의 변화를 쓰지(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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