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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신체적 기본 욕구로서 촉각 자극

by 홍차영차 2023. 7. 19.

 

<터칭>은 주로 영유아기의 피부접촉, 피부자극이 행동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살펴본다. 물론, 애슐리 몬터규는 청소년기 이후 성인들에게도 피부접촉(쓰다듬기, 껴안기, 손잡기 등등)이 중요한 생존욕구라고 말한다. 하짐나 대부분의 챕터들은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따뜻한 접촉을 하는지, 특히 태어나고 1~2년까지의 피부자극에 집중하고 있다.

 

 

애슐리 몬터규가 영유아기의 피부자극이 중요하지만 너무나 그 시기에만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럼, 어른들은 피부접촉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건가?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보더라도 언제나 따뜻한 피부접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딱 궁금하던 차에 거의 마지막 장인 8장에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자궁 밖 성장기에 경험하는 접촉의 종류가 영유아의 발달에 그토록 근본적 영향을 끼치는 명백하고 매우 간단한 이유가 있다. 이 기간에 유아는 근본적인 것들을 학습하는데 그러한 학습은 바로 피부 수준에서 이뤄지는 경험 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애슐리 몬터규 <터칭> 398쪽

 

우리는 호흡, 소화, 땀 분비, 배변, 배뇨와 같은 신체 속에서 이뤄지는 메커니즘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신체의 작동은 태어나자마자 장착되는 것이고 이는 의식적인 행동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과 의식에 대한 탐구를 했던 윌리엄 제임스(<심리학의 원리>), 그레고리 베이트슨(<마음의 생태학>)은 분명히 말한다. 자동기계처럼 작동하는 신체의 메커니즘, 나아가 습관이나 배움들은 모두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그렇다면 배변과 같은 본능적이고 생리적인 일들은 물론이고, 걷는것, 숨쉬는 것들 연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서 이뤄진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왜 이런 것은 의식적인 학습처럼 보이지 않고 전혀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친구와 대화하면서 산책할 때 자신의 걸음걸이를 인식하지 않는(것처럼 보인)다. "왼쪽 다리 나가고 잠시 멈추고, 오른쪽 다리 움직인다."고 생각하면서 걷는 사람은 없다. 호흡 역시 마찬가지다. "입을 벌리고 코와 입으로 공기를 들어마신다. 그리고 폐를 열어서 공기를 받아들인다." 뭐 이런 것은 떠올려본적도 없다.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때로 의식해서 음식을 먹고 입에서 더 오래 씹으려고 하기도 하지만 식도로 넘어간 음식이 위장에 들어갔을 때 , " 자 이제, 소화액을 분비해볼까?"라고 의식적인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없다.

걷고, 호흡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신체적 메카니즘은 자동기계처럼 무의식적 수준으로 그 메카니즘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긴장할 때 걸음걸이가 이상해진다거나, 공황장애를 겪을 때 호흡이 되지 않는 것, 어려운 사람과 밥을 먹을 때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을 떠올려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그렇다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많은 것들은 사실은 의식적 학습,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서 무의식의 수준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돌아가보면, "피부 수준에서 이뤄지는 경험"이란 바로 이런 '무의식'의 수준으로 내려간 신체적 원리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릴 적에는 아직 의식의 수준이 강고하지 않다. 대신 신체적인 반응, 즉 신체의 피부에서 이뤄지는 감각세포에서 이뤄지는 자극과 신체의 상호반응을 통해서 마치 기계처럼 반응이 이뤄진다. 예전에 경운기는 손으로 돌려서 시동을 걸었다. 시동걸기까지는 힘이 들긴 하지만 이후에는 경운기 자체의 구조와 원리를 통해서 자동으로 엔진이 돌아간다. 인간의 신체 역시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어릴 적에는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와 구조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타자와 자신을 구분하는 것도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럴때 적절하게 이뤄지는 피부 자극을 통해서 자신과 타자, 자기 신체와 세계를 구분하게 된다. 또한 적절한 자극을 통해서 신체 내부의 호르몬이나 신체의 움직임을 익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기어다니기, 걷기, 웃을 때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되고 이러면서 수천번의 실패를 딛고 두 발로 걷게 되는 것은 아닐까.

 

"피부 수준에서 이뤄지는 경험"이란 바로 반복된 학습으로 이뤄지는 '무의식적 생리적 메카니즘'을 말하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어릴 적, 아직 신체의 작동이나 뇌의 뉴런 패스(path)들이 형성되지 않은 영유아기의 자극은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애슐리 몬터규는 '영유아기 시기만'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그는 "이런 점에서 촉각 자극 욕구는 모든 척추동물, 아니면 무척추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신체적 기본 욕구 목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노년의 경우에 있어서 피부의 감각능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노년으로 갈수록 '피부 접촉 욕구'는 더 높아지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해준다.

 

촉각 자극 욕구는 모든 척추동물, 아니면 무척추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신체적 기본 욕구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 신체적 기본 욕구란 산소, 수분, 식량, 휴식, 활동, 수면, 배변 및 배뇨에 대한 욕구를 비롯해 위험에서 탈출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처럼 유기체가 생존하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긴박한 욕구라고 정의된다.
<터칭> 5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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