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에 대한 아주 사사로운 해석
: 누가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런 날들의 오후는 평생 동안 경험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그 사건들과 관계되는 인물들은 사실 프랑수아즈의 말대로 ‘실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인물의 기쁨이나 불운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모두 이런 기쁨이나 이런 불운에 대한 이미지의 매개를 통해서만 생겨나는 것이다. … 우리가 아무리 실제 인물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할지라도, 그 인물 대부분은 우리 감각에 의해 지각되고, 말하자면 우리에게 불투명하게 남게 되므로 우리 감성으로는 들어 올릴 수 없는 죽은 무게를 제공한다. 불행이 한 실제 인물을 휘몰아쳐도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불행에 대한 우리의 전체 관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뿐만 아니라 그 인물 자신이 감동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전체적인 관념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154쪽
마르셀에게는 책 속의 인물들은 가짜가 아니다. 프랑수아즈에게 책 속의 인물들이 가짜이고,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인식하고, 그 사람에 대해 갖게 되는 관념, 인상, 감정들은 모두 내가 갖고 있는 관념일 뿐이다. 사실 내가 그 사람에게 갖는 생각들은 내 ‘신체의 변용과 신체 변용의 관념’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에 있는 살아있는 인물일지라도 나에게 아무런 ‘신체 변용’ 즉 일반적인 관념, 이미지들과 다른 이미지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마르셀에게 그 인물은 그저 고정되어 있는 회색 벽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학 속, 베르고트의 책 속에서 독특성을 보여주는 인물은 그 책을 읽고 있는 마르셀에게 그 무엇보다 큰, 색다른 이미지, 신체 변용을 만들낸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봐야 한다. 누구 실제 인물이고, 가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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