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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투스의 힘

by 홍차영차 2021. 10. 15.

코나투스의 힘 - 정념으로부터의 해방

 

 

 

때때로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으로 거리나 길을 쏘다니는 오데트가 무슨 사고라도 당해 고통 없이 죽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녀는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돌아왔다. 인간의 몸은 아주 유연하고 강인하여 온갖, 주위 위험을 저지하고 예방해 주어,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거의 벌도 받지 않고 거짓말이나 쾌락에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스완은 자신이 좋아하는 벨리니가 그린 무함마드 2세의 초상화를 아주 가까이 느꼈다. 이 인물은 여러 아내 중 한 아내를 거의 광적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정신의 자유를 되찾으려고 그 아내를 단도로 찔러 죽였다고, 그의 베네치아 전기 작가가 순진하게 털어놓았다. 스완은 이렇게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에 화가 났고, 그가 느껴 온 고통들이 오데트의 목숨을 이렇게 헐값에 팔아 치우려는 이상 어떤 동정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다. 2권, 286쪽

 

각각의 실재가 자신의 존재 안에서 존속하려고 추구하는 노력(conatus)은 실재의 현행적 본질 자체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다. (<에티카> 3부 정리 7)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파괴된다고 상상하는 이는 슬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보존된다고 상상하면 기뻐하게 될 것이다. (3부 정리 19)
자신이 미워하는 것이 파괴된다고 상상하는 이는 기뻐하게 될 것이다. (3부 정리 20)

 

젠틀리 벨리니 - 마흐메트 2세의 초상, 런던 네셔널 갤러리, 1480

 

코나투스의 힘은 절대적이다. 모든 존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존속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시도한다. 코나투스는 실재의 어떤 부분이 아니라 그 실재를 존재케하는 현행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실재의 현행적 본질인 코나투스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거나,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고 싶고, 피곤하고 기력이 없을 때 잠을 자고 싶어하는 단순한 노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반대로 동시에 자신의 코나투스를 방해하는 것을 파괴하고 없애려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열정적이 된다. 매일 매일 상대를 만나기 위해 100킬로미터를 100미터처럼 오갈 수 있으며, 만원짜리 외식을 아까워하던 사람이 백만원짜리 선물을 아낌없이 줄 수 있다. 그녀의 기쁨이 나의 코나투스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순간 순간 열정적인 사랑은 분노와 질투로 변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나만 그런가? ^^;;;)

자신이 괴롭다고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상상할 수 있을까. 너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나투스적으로 너무나도 인간적인 상상이다. <에티카> 3부 정리 7의 “자신의 존재 안에서 존속하려고 추구하는 노력”인 코나투스가 방해받게 되면 우리는 그 방해물을 처리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생각하고 떠올린다.

오데트가 아무런 고통없이 죽어 주기를 바랐던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성을 가지고 있으면, 관념의 연쇄에서 그 인과적 원리를 알게되면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너무 짧은 관념의 연쇄만 생각하면, 즉 ‘나의 코나투스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없앤다. 그럼 나는 더 잘 살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 멈춰버리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풍부한 감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정념 속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감성과 이성의 상호적인 관계 속에서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무함마드 2세가 단호히 자신이 광적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것은 스스로가 정념 속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나투스가 이렇게 파괴적인 방식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약자는 약자의 방식으로 장애물을 없애려고 하고, 강자는 강자의 방식으로 코나투스를 존속시키려 노력한다.

<에티카> 4, 5부를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스피노자는 4부에서 모두가 자신의 코나투스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성으로 화답한다. 또한 5부에서 사랑은, 신에 대한 지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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