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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나쁜 사람?

by 홍차영차 2021. 10. 14.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베르뒤랭 부인에 대한 인상 - 고매한 베르뒤랭)
베르뒤랭네 고유장점이라고 그가 믿는 것이 실은 오데트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 집에서 맛본 기쁨의 반영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기쁨이 더욱 진지하고 깊어가고 생생해져 감에 따라 그 장점도 더욱 그렇게 되어 갔다. 베르뒤랭 부인을 때때로,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것을 주곤 했는데, 예를 들어 …… 또는 여름이 되어 오데트가 자기를 두고 혼자 떠나지나 않을까, 그녀를 날마다 계속해서 만나지 못하지나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할 때, 베르뒤랭 부인이 두 사람을 그녀의 시골 별장에서 지내게 해 주어서 스완의 지성에 자기도 모르게 감사하는 마음과 타산적인 생각이 스며들어 그의 견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베르뒤랭 부인의 영혼을 고매하다고까지 공언하는 것이었다. 루브르 학교 시절 한 동창생이 아주 멋있고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면 그는 “난 베르뒤랭 부부를 백배나 더 좋아한다네.”라고 대답했다. 111쪽

(베르뒤랭 부인의 바뀐 인상 - 구역질 나는 포주이자 뚜쟁이 베르뒤랭)
베르뒤랭 부인이 저녁 식사 후에 할 농담이 들리는 것 같았다. … 174 “얼마나 구역질 나는 농담인가!”하고 입가로 어찌나 역겨움을 표현했는지, 셔츠 깃으로 일그러진 목덜미에까지도 찌푸린 얼굴 근욕이 땅기는 것이 느껴졌다. “… 베르뒤랭 같은 여자의 농담이 내게 흙탕물을 끼얹기에는 나는 그런 더러운 수다가 찰랑대는 밑바닥 세계로부터 수천 미터나 높은 곳에 살거든.” 175
… 그는 이제 막 <월광> 소나타를 치려는 피아니스트와, 베토벤의 음악이 자기 신경에 미칠 해로움에 지레 겁을 먹은 베르뒤랭 부인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 “멍청한 여자 같으니라고, 거짓말쟁이!” 하고 소리쳤다. “그런 주제에 감히 예술을 사랑한다고 믿는 모습이라니!” … “어둠 속에서 말이지! 이 포주야, 이 뚜쟁이 여자야!
… 요컨대 베르뒤랭 집에서 보낸 삶이 그가 자주 ‘진정한 삶’이라고 불러 왔던 삶이 이제는 형편없어 보였고, 그들의 작은 동아리도 최하층 모임으로 보였다. “정말로 모든 사회 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은 모임으로, 단테가 말하는 마지막 (지옥의) 원이구나. …” 2권 176쪽

 

만약 어떤 이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의해 기쁨으로 변용된다고 우리가 상상한다면, 우리는 그에 대하여 사랑으로 변용될 것이다. 반대로 만약 그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의해 슬픔으로 변용된다고 우리가 상상한다면, 우리 역시 앞의 경우와는 반대로 그에 관해 미움으로 변용될 것이다. (<에티카> 3부 정리 22)
우리는 기쁨으로 이끈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좀더 잘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대립한다고, 곧 슬픔으로 이끈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멀리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노력한다. (<에티카> 3부 정리 28)

 

 

베르뒤랭 부인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스완이 베르뒤랭 부인에 대해서 갖는 인상은 그 사람의 본성과는 관계없다. 베르뒤랭 부인에 대해 갖게 되는 인상은 스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다.

스완은 오데트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고,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 베르뒤랭 동아리에서 스완과 오데트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베르뒤랭 부인이 알게 모르게 도와주었을 때, 스완에게 베르뒤랭 부인은 누구보다도 고매하고 관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베르뒤랭 부인은 스완이 자신들의 동아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모임에 스완을 부르지 않게 되었고, 오데트를 다른 남자에게 소개해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자 귀족들보다도 더 고매하고 관대하게 여겨졌던 베르뒤랭 부인은 한 순간에 “구역질 나는 농담”을 하는 수준 낮은 사람이자 거짓말쟁이에 포주가 된다. 급기야 스완은 그녀를 포주, 뚜쟁이라고까지 부른다.

본질적으로 좋은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나쁜 사람도 없다. 똑같은 사람이 어떤 순간에는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다른 순간에는 나쁜 X가 되기도 한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과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행동이 나의 코나투스, 욕망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만 달라졌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인상과 사람됨은 그 사람 자체보다는 사실 내가 바라보는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 내 신체의 변용과 상태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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