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인
- 믿기 어려울만큼 놀랍고 어려운 '함께하기'의 기술'에 대하여 -
오랜만에 '필름이다(IDA)'가 공급한 독립영화를 문탁의 '시네마 드 파지'에서 퇴근길 친구들과 함께 봤다.
사실 영화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보기 전에 여기저기서 너무 큰 호평을 들었던 상황이라 역으로 실망이 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함께 봐서인지 영화는 생각 이상이었고, 다른 분들이 말한대로 영화를 본 이후에 더 생각이 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본 이후에 즉각적인 인상은 멋진나무님의 이야기대로 제인의 여러가지 말들이었지만,계속 신경쓰이고 조금은 불편해지는 그래서 더 주목하게 된 인물은 소현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소현이가 꼭 나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특출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는 평범해보이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소현이. 소현이에게 꿈이 있다고 한다면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지내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소현이가 왜 팸에 들어가게 됐는지는 영화에 드러나지 않지만 나에게 팸은 청소년들의 불우하고 비참한 모습이라기보다는 모든 틀이 무너지고, 의지할 질서들이 뒤죽박죽되어 있는 상태에서 살아가려는 너무나 평범한 모두의 '현장'처럼 보였다.
2018년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에서는 평범하든 특출나든 불량하든 상관없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삶은 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불량(해보이는)청소년만 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똘똘하고 생활력이 강해보이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지수가 팸에 들어온 것도 그리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영화 후반부에 소현이가 검은 봉지에 얼굴이 가려진 채 다시 지수를 묻은 곳으로 갔을 때가 생각난다. 지수 친구들에게 죽을 줄 알았던 소현은 죽지 않고, 산을 내려온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이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산을 터벅터벅, 휘청휘청 걸어내려오는 소현이,
어디로 가야 살 수 있는건지, 어떻게 해야 함께 지낼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듯이 아무런 목적없이 걷는 소현이가.
그래도 이 영화가 그리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소현이가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적이 없으면 어때, 그냥 열심히 뛰는 거야 그렇게 뛰다 보면 친구도 만나고 그 친구랑 같이 뭔가를 하는 거, 그렇게 사는거야.
영화 마지막 부분에 제인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환하게 웃는 소현이.
제인의 말대로 죽지 말고 불행하게 잘 살다 다시 만나자는 말이 왠지 모르게 정말 힘이 된다.
2018.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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