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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 사랑스러워

by 홍차영차 2014. 10. 8.



요즘 베르그손 강좌를 듣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지속, 생명, 직관은 기존의 철학자들과 다르게 너무나도 생소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데, 왠 일! 이 영화를 보면서 베르그손이 말하는 개념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 매혹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공간화된 시간을 여행한다면 그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베르그손이 말한 지속은 현재 내가 체험하는 그 시간을 제대로 느끼라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시간여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돌아간 그 시간에서도 자본화되고, 공간화된 시간으로 살아간다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것 아니겠는가.



 

못생긴 영국 남자가 사랑스럽게 보이고, 그의 여주인공 메리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평범하게 보이는 아버지도 사랑스럽고 항상 엉뚱한 대답을 연발하는 그의 삼촌도 사랑스럽다. ? 자신이 경험하는 그 삶을, 그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여자는 너무 예쁜 건 안좋다는 왜냐하면 너무 이쁘면 유머감각과 개성을 키울 수 없다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그의 아버지가 남긴 유언 또한 기억하고싶다.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를 똑같이 다시 살아보라고! 그 평범한 하루에서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영화는 아주 지루하고도 너무나 예상되는 이야기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처음부터 영국에 놀러오라고 너무도 노골적으로 영국의 시골과 도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던 모습이 이제는 더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것은 메리의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락없이 영국인임이 느껴지는 어색한 팀 때문만도 아니다. 우습게 느껴지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베르그손이 말하는 지속과 생명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골 길로 걷고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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