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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오케스트라

by 홍차영차 2013. 11. 14.




안녕?! 오케스트라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죄책감을 갖고 힘들어하는 맷 데이먼에게 왜 몇 번이고 계속해서 이 말을 이야기 해 주었는지 이제야 맘 속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아픔을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용재 오닐의 입을 통해서.


 

처음 안녕?! 오케스트라(이후 안녕)시사회를 보러 갈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따라 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가 이제는 엘 시스테마를 쫓아서 비슷한 뭔가를 만들었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예상대로 유명한 비올라 연주자인 리차드 용재 오닐을 캐스팅했다는 점. 아이들과 몇 번 적당히 만나고 오케스트라가 꾸며질 수 있도록 했겠지, 나도 모르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첫 장면에서 용재 오닐이 비올라는 켜는 순간 모든 생각을 사라졌다. 음악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아름다운 비올라의 음색은 모든 내 생각들을 깨끗하게 씻게 주었고 그렇게 다큐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용재 오닐은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 어머니, 미국인 아버지라는 경험과 한 번도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자란 아픔을 자신의 혼자만의 것으로 놓아두지 않고, 어린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는 모습에 깊은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 차별의 아픔을 저마다 한 아름씩 가지고 짊어지고 있는 한 아이, 한 아이 이름을 불러가면서 칭찬하면서 자신의 무대에 함께 서도록 격려하는 모습. 한국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혼혈이라는 딱지가 붙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서 소속감을 형성시켜 주려는 모습이 기쁘게 느껴졌다. 이 아이들 모두가 음악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나도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음악을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라는 그의 고백이 내 마음에도 전해져 온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성장해 가고 드디어 용재 오닐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기까지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영화를 보기에 충분한다. 그런데, 이 다큐는 여기에 클래식 콘서트에 온 것 같은 한 꾸러미의 아름다운 음악을 경험토록 해 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도 물론 아름답지만, 영화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클래식-주로 실내악 혹은 독주로 되어 구성되어 더 따스하게 느껴진다- 연주는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빼고는 거의 영화 전장면에 걸쳐서 나온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닌 연주회를 듣고 온 기분이 들고, 나도 한 가지 악기를 배워야지 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꼭 음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고, 영화에서처럼 무엇을 배우던지 그 안에서 삶을 헤쳐 나가는 좋은 경험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용재 오닐과 같은 좋은 스승을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을 기억하자.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

 

201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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