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1,2권
국가를 처음 읽으면서 가장 흥미롭게 인식된 부분은 자신의 주장을 풀어내는 논증방식이었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실제적인 예시들을 적용하여 그 옳고 그름을 추론해내는 방식. 다만, 1권에서 보여준 소크라테스의 질문과 대답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억지스러운 부분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정의란 강자에게 유익한 것에 다름없다는 트라쉬마코스의 주장에 대해서 그의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숨어 있는 뜻까지도 다 아는 것처럼 억지로 풀어가는 논리가 많아서 산파술이라기보다는 말만 많고 내용은 없는 요즘의 정치가와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은 가르치려 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남들한테 배우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트라쉬마코스의 말에 동의가 된다. 1권에서 소크라테스가 이런 모습으로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플라톤 자체가 ‘국가’와 ‘정의’에 대해 너무나도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유연성 없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듣고 보니 1권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논증보다는 트라쉬마코스의 이야기가 더 실제적으로 생각되었고, 현재 정치에서도 ‘선’과 ‘악’에 대해서 많은 말들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말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이 바로 선악을 가르는 기준이 아닐까. 불의가 정의보다 더 강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플라톤은 지고의 ‘선’ 자체를 믿고 있는데 그 ‘선’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2권에서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가 정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새롭게 주장하였는데, 그 논증 방식으로 들고 있는 예시들은 바로 지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바르지 않으면서 올바른 것처럼 보이는 가장 불의한 사람과 불의를 행하지 않더라도 불의하다는 평을 듣는 가장 올바른 사람을 대비하여 판단해 보는 것. 현실적인 불의를 세밀하게 주장한 만큼 소크라테스에게 기대하는 대답의 수준도 아무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정의가 불의보다 낫다는 것뿐 아니라 그 자체에 대한 영향까지고 알고 싶다고 요청한다.
요즘의 현실은 어쩌면 우리들 질문의 날카로움이 글라우콘과 아데이만코스의 정도까지 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학교에 다니면서 왜 내가 학교에 다니는지, 직장에 다니면 왜 내가 직장에 다니는지,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지금의 제도와 방식들은 왜 그렇게 되어있는지. 대개의 경우 거의 질문하지 않을뿐더러 질문의 날카로움이 너무나도 무딘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공부는 성적이 좋으면 부모님이 좋아하니까, 공부 잘 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하니 좋은 점수를 맞기 위해서 노력했을 뿐이라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다시 뭇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표면적인 대답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생의 뼈대가 핵심적인 되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감히 대답할 엄두는 못 낸다는 것이다. 나의 꿈은 무엇일까라는 아주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와 법, 그리고 체제에 대한 질문까지. 플라톤의 말대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개인적 현실을 탓하면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답하는 일들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어떤 질문이 올바른 질문인지 모를 때도 많지만 클레이토폰과 트라쉬마코스처럼 주어진 질문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답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는 조금 더 읽어봐야 나올 것 같다. 플라톤이 이상으로 생각한 국가 그리고 그 국가의 특징으로 나타날 정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된다.
2014.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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