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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by 홍차영차 2013. 10. 10.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 2011)

 

로드리게즈는 1998년 그 일이 있기 전에도, 그리고 후에도 로드리게즈였다.

 

68년 미국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하던 시절에도, 이후 그의 음악이 미국에서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차가운 현실(Cold fact)을 살아가기 위해 일일 노동자의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말이다.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남아공)에서 그의 음악은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인기있는 수퍼스타란 사실을 알고 1998년 공연을 가졌을 그 때에도 그는 로드리게즈였다. 바뀐 것은 없었다.

 

미국에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음악이 아닌 다시 일반적인 삶, 노동자의 삶, 그 중에서도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그런 더럽고 힘든 일은 하면서도 그에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디트로이트의 어려운 하층민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책을 읽고 자녀들과 박물관을 가고 미술관에 가서 최상의 예술품들을 보면서 함께 꿈 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과 맞는 집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미국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던(zero) 그가 남아공에 초청을 받아 리무진을 타고 수천 명의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수퍼스타 히어로(hero) 됐을 때도 그는 여전히 로드리게즈였다. 그는 마치 이 순간을 그려온 듯,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서칭 포 슈가맨은 로드리게즈의 멋진 노래와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다큐를 끝까지 보고 또 다시 보면서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로드리게즈는 어떻게 주변 상황과 상관 없이 그저 동일한 사람으로 살아 올 수 있었을까?”

 

그의 음악과 삶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그의 음악은 그런 척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멋져 보이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자라온 차별적인 환경과 그에 맞서고자 하는 그의 생각, 그의 삶의 구현이었다. 로드리게즈 자신이 가진 탤런트를 통해서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나오는 것을 분출했을 뿐이다. 그는 그런 척한 것이 아니라 그가 바로 그의 음악이었다. 두 장의 음악 앨범이 대중적으로 실패했을지라도, 그의 삶은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데몰리션 맨으로 건물을 철거하고 청소하는 임금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차가운 현실에 무너지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음악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소수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다.


 

바로 여기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로드리게즈를 로드리게즈로 만든 것은 많은 돈이나 부유한 환경이 아니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바를 그저 생각으로만 끝내버리지 않고, 음악을 통해 혹은 정치를 통해 그리고 건강한 삶(life)을 살아가면서 자기를 로드리게즈라는 세상 유일의 인생으로 만들어간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는 그저 생각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환경이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바로 나에 의해, 나의 신념에 의해, 그 신념이 자신의 삶으로 실천되는 것에 의해서 조금씩 가꾸어지는 것이다.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바로 세상의 그 누구도 아닌 유일한 작품으로서의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라 확실히 이유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눈물의 원인은 현실에서 이런 신념으로 살아가는 자기를 구축하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이런 삶을 실천하고 싶다는 나의 의지가 아닌가 싶다.

 

2013, ‘서칭 포 슈가맨의 로드리게즈는 전설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 내가 살아갈 길,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

 

201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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