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피노자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by 홍차영차 2013. 9. 14.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by 매튜 스튜어트 (교양인)

 

스피노자가 아니다. 라이프니츠가 찾아온 것이다. 제목을 보면 스피노자가 라이프니츠를 만나기 위해서 간 것 같지만, 독일 하노버에서 네덜란드 헤이그로 시대의 추방자, 망명자로 악명 높은 철학자를 만나러 온 것은 바로 라이프니츠였다.

 

시대를 넘어서는 두 천재를 다루고 있지만 매튜 스튜어트는 나처럼 라이프니츠보다는 스피노자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 같다. 24살의 나이에 한권의 책도 출판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유대인 공동체에서 추방을 당하고, <신학 정치론>이란 책을 출판했을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신성모독적인 사상을 담은 책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렌즈 세공사의 일을 하면서 수도사와 같은 삶을 살면서 자신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에티카>를 출판하고자 했지만 끝내 자신의 책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젊은 나이로 죽게 된다. 그의 책은 그 위험한 사상으로 인해서 죽은 뒤에도 출판되지 못할 뻔 하였지만, 시대의 요청 때문인지 결국 출판되어 지금까지 사람들을 당혹시키고 있다.

 


반면, 저자가 그려놓은 라이프니츠의 삶은 명석한 두뇌와 다양한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속적 명예와 부의 추구를 진리로 생각하고 그것을 쫓아서 한 평생을 살아간 인물이었다. 그가 죽고 난 후 장례식에는 거의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의 삶을 살아간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분학을 발명하여 초등수학에 머물던 시대의 학문을 고등수학으로 발전시키고, 모나드론이란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철학 이론을 남긴 철학자로 보기에는 좀 아쉽게도 느껴진다. 두 천재를 같은 분량으로 다루고 있지만, 역시 이 책의 주인공은 라이프니츠라기보다는 스피노자라고 할 수 있겠다.

 

스피노자는 자신을 위해 여러 벌의 옷을 챙기지도 않았고, 맛있는 음식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사람들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상을 가졌다고 비난 받았음에도 불고하고, 그가 죽고 난 후 장례식에는 많은 귀족들과 친구들이 참석했을 정도로 그는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악마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더 청렴하고 깨끗할 수 있는지.

 

스피노자가 원한 것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었다. 개개인이 자신의 자유를 획득하면서 지속적으로 그 자유를 기켜나가기 위해서 노력해가면서 살아가는 것. 그가 생각하기에 사랑을 외치면서 항상 피를 보게 만드는 카톨릭 종교와 왕권정치를 통한 국가는 그의 이상을 실현하기에 알맞지가 않았다. 전 세계가 이런 사상에 젖어 있었기에 그는 이 판을 뒤집어 엎기 위해 매우 고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새로운 국가와 신을 발명하는 일. 국가의 목적은 자유라는 생각으로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민주정체를 옹호한 점은 최초의 근대 정치철학자라는 깨닫게 해준다. 그는 또한 기존의 인간과 같은 인격을 가진 신이 아니라 만물 속에 내재된 새로운 신의 개념을 발명하기에 이른다.

 

이런 사상을 발견하게 되면 당시 사람들이 스피노자를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지옥에서 뛰쳐나온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모욕적인 비난이 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니체의 위험한 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스피노자는 니체와 마찬가지고 21세기 발전의 극단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자임이 틀림없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법을 다시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많은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의 대표작 <에티카>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를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딤돌 같은 책으로 꼭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스피노자, 알아 갈수록 매력적인 인물이다.

 

2013. 09. 14






'스피노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종과 진리  (4) 2017.04.14
혁명, 책을 새롭게 읽는 행위!  (0) 2017.04.03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법  (0) 2017.03.27
에티카를 읽는다  (0) 2017.03.12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라  (0) 2013.07.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