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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이야기

나는 착한 사람인가

by 홍차영차 2013. 8. 14.


화차(영화, 2012) by 변영주


나는 착한 사람인가? : 악의 평범성과 철저한 무사유에 대해 

 

화차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에도, 자막이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은 불편한 마음이 계속해서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영화가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생각에, 나도 이렇게 무관심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자각에,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은 알고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그렇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다시 화차를 보았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묻게 되었다. 누가 악한 사람인가?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자기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인 강선영 아니 차경선(주인공)은 악한 사람인가? 그녀는 나와는 다른 악한 생각으로 가득찬 이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적인 마음을 가진 살인마인가? 나는 같은 상황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다시 한번 마음이 답답해 진다.


 

얼마 전에 쓴 전체주의, 나치즘의 발생 원인에서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악의 평범성이 떠올랐다, 유태인 학살의 총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단지 그 체제에서 성실하게 명령을 따르는 관료였을 뿐 우리가 상상하는 독하고 특별나게 악한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고. 그의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죄는 자신의 행위에 있어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저한 무사유’, 그저 내가 원하는 것만 보고, 나와 관심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내가 행한 행위 혹은 내가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 왔다는 점에 그 책임을 물었다.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사유로 인해서 그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면 모두 특별하게 나쁘거나 특별히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 영역에만 집중하고 행복은 추구하며 살아온 것이다. 누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탓할 수 있겠는가? 태호(주인공)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 자신의 약혼자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모르고 있었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삼촌의 집안 사정도 주변 배경일 뿐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태호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었는지 물어보는 것을 보더라도 그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라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관심뿐이었다. 나는, 우리들은 그렇게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보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 나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었고, 이빨을 닦았다. 그저 내가 스쳐 지나가는 하루 하루 중에 하나로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을 쓰면서 함께 하는 공동체를 생각해 본다. 차경선의 어린 시절에 마을 공동체가 그의 가족에 대해, 그녀에 대해서 다 함께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그런 일을 없지 않았을까? 강선영이 혼자 살아가는 중에도 그 동네의 사람들과 공동체적 관계를 가지며 살아 왔다면, 그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OECD 1위 자살율이라는 것을 그저 숫자로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개인으로 누군가가 30분마다 죽어간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 보았으면 좋겠다. 사회적 개혁이 필요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자신의 작은 변화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그리고 사회라는 추상적인 존재로 실천 대상을 삼는 것이 아니라 철수, 영희라는 구체적인 존재에 대해서 작은 관심의 실천을 해 나가면 좋겠다.


책을 펼치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여는 것이라고 했던가. 영화 역시 그러한 하나의 세계이고 그러한 새로운 세계를 그냥 덮어 버리지 말고 자신의 세계와 겹쳐 보기를 하면서 자신의 세상을 재창조해 나가고 싶다.

 

2013.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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