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아침놀>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세분이나 신청해서 나를 포함해서 4명이 함께 <아침놀>을 읽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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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놀>은 말 그대로 서광(曙光), 새벽 동틀 무렵의 빛을 말하는데 직접 경험해보면 아침놀의 느낌은 저녁놀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래서 아침놀을 맞이할 때는 이제 하루가 끝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혼란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야 한다.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고 어둠이 걷히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과 절망만이 가득찬 것 같은 순간! '아침놀'은 이제 막 깨어난 새벽이다.
<아침놀>은 1881년쯤에 씌어졌는데, 니체의 첫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비극의 탄생>(1874), <반시대적 고찰>(1875)을 쓰고서도 몇 년이 지난 후이고 바그너와도 완전히 결별하고 자신의 질문을 명확히 갖고서 자신만의 대답을 하려는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만큼 아주 힘차고 강렬하며 말에 냉기가 느껴질만큼 충격적이기도 하다.
서문을 보면 자신이 그 대답을 찾기 위해서 얼마만큼 '지하로' '파고들어갔는지'를 묘사한다. 그곳에는 숨쉴만한 공기도 빛도 없어서 하마터면 빠져나오지 못할만큼 위험했다고 말한다.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서문이 '추도문'이 될 수 있었다고 농담섞인 진담을 전하면서. 즉 니체는 우리들을 대신해서 우리 사회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도덕/기준에 대한 철저한 탐사를 실행했다. <아침놀>은 그에 대한 탐사 보고서, 일종의 지질학적 보고서라고 불릴만하다.
'나중에 덧붙여진 이성'이라는 1권 첫 시작의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이후 <즐거운 학문>, <선악의 저편> < 도덕의 계보>에도 계속 나오지만 <아침놀>에서는 시작하자마다 곧바로 이성에 대한 직격탄을 날린다. 우리가 그토록 신봉하는 이성이 사실은 '비이성'에서 기원했다고 선포하면서 .
다른 부분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광기'에 대한 묘사인 14번은 거의 통째로 발췌했다.
놀랍게 니체는 "내가 나를 믿기 위해서 광기"가 필요하다고 단언한다.나를 믿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상과 혁신의 장소에는 항상 '광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고대인들에게 미신의 속박을 물리치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미치지도 않았고 미친 것처럼 보이게 할 용기도 없을 경우 어떻게 자신을 미치게 할 것인가?"
마지막에 있는 구절들은 일종의 주술적인 선언처럼 보이지만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분안의 모습을 아주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의심이 나를 파먹가고', '시체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처럼 법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는 말들! 문자의 세계, 이성의 세계가 만들어놓은 것이 바로 이런 의심과 불안이다! 법이란 문자세계의 엑기스라고 불릴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뭔가를 말하고 표현하고 행동하지만 스스로도 자신을 믿을 수 없다. 내가 하는 말이 나의 진실인가, 나의 행위는 나의 충동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말들과 행동들은 오히려 세계를 작게 만들고 나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토대로 작동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광기다! “아아, 그대 하늘에 있는 자들이여, 광기를 주소서! 마침내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광기를 주소서! "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광기를 달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성과 의식이란 자기와 자기의식의 분리를 가능하게 했다. 이제 나는 속마음과 다른 생각과 행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점점 더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독특성(singularity)을 보여주는 존재인지를 알지 못한다. 항상 페르소나를 쓰고, 항상 거짓과 오류투성이로 구성된 말을 하면서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자신의 감각과 무의식적 감응에 무능해지면서 무엇이 나인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너무나 단단해진 이성의 방벽을 허물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황홀경과 마비", "섬광과 암흑", "혹한과 뜨거운 열"과 같은 아주 세밀한 신체적 감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한 편으로는 무의식적인 주체를 대면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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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이 책에서 사람들은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어엎는 사람이다. 그렇게 깊은 곳에서 행해지는 일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서서히, 신중하게, 부드럽지만 가차 없이 전진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빛과 공기를 맛보지 못하면서도 한마디 고통도 호소하지 않는다. 9
… 참을성 많은 나의 친구들이여, 내가 저 지하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이 뒤늦은 서문에서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이 서문 대신에] 자칫하면 추도문이나 조사가 실릴 뻔했다. 나는 돌아왔지만 그곳에서 간신히 빠져 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그대들에게 동일한 모험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1. 나중에 덧붙여진 이성
오랫동안 존속하는 모든 사물은 점차 이성에 의해 침윤되기 때문에 그것이 원래는 비이성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된다. 21
14. 도덕의 역사에서 광기가 갖는 의미
… 거의 모든 곳에서 새로운 사상에게 길을 열어주면서, 존중되던 습관과 미신의 속박을 부수는 것은 광기다. 그대들은 왜 그것이 광기여야만 했는지 이해하는가? 날씨와 바다다의 악마적인 변덕처럼 소리와 몸짓이 전율을 일으키는 불가해한 것, 그 때문에 [그러한 날씨와 바다와] 유사하게 경외할 만하고 관찰할 가치가 있는 그런 어떤 것을 [그대는 이해하는가]? … 새로운 사상의 소유자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외경과 두려움을 갖게 하고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갖지 않게 하면서 그를 새로운 사상의 예언자이자 순교자가 되도록 몰아대는 어떤 것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천재에게는 한 알의 소금 대신 광기를 일으키는 약간의 약초가 주어진다고 거듭 이야기되지만, 이전의 모든 인간들은 왕기가 존재하는 곳에는 약간의 천재성과 지혜, 즉 사람들이 서로 속삭이는 것처럼 ‘신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사상을 훨씬 더 쉽게 받아들였다. … “광기를 통헤 그리스는 최대의 재산을 갖게 되었다”라고 플라톤은 고대의 인류 전체와 함께 말했다. 30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어떤 윤리의 질곡을 부수면서 새로운 법을 부여하려는, 거역하기 어려운 유혹에 사로잡혔던 저 탁월한 모든 인간에게는 그들이 실제로 미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신을 미치게 하거나 미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 심지어 시의 운율을 혁신했던 사람들마저 광기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다. … “미치지도 않았고 미친 것처럼 보이게 할 용기도 없을 경우 어떻게 자신을 미치게 할 것인가?” 고대 문명의 중요한 모든 인간들은 이러한 무서운 사상을 따랐다. 이 와 관련해 감정을 깨끗하게 하고 생각과 기도를 성스럽게 하는 것 외에 여러 비결들과 식이 요법에 대한 은밀한 가르침이 전해졌다. … 즉 무의미한 단식, 성욕의 지속적인 억제, 사막으로 가거나 산에 오르거나 기둥에 오르는 것, ‘멀리 호수가 보이는 오래된 버스나무 위에 앉아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황홀경이나 정신의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는 처방들이었다.
… “아아, 그대 하늘에 있는 자들이여, 광기를 주소서! 마침내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광기를 주소서! 황홀경과 마비, 섬광과 암흑을 주소서! 일찍이 죽어야 할 어떤 사람도 경험한 적 없는 혹한과 뜨거운 열로 나를 겁에 질리게 하소서! 포효하며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는 형태로 나를 겁에 질리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울부짖고 신음하게 하시고 동물처럼 기게 하소서! [이 모든 것들을 통해] 내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만 해주소서! 의심이 나를 파먹어갑니다. 나는 법을 파괴했습니다. 시체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처럼 법이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내가 법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면, 나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타락한 자입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정신이 당신들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 온 것입니까? 내가 당신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부디 나에게 증명해주소서. 광기만이 나에게 그것을 증명합니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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