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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생리 공감

by 홍차영차 2018. 6. 2.

생리 공감

- 몸에 대한 무지, 사람에 대한 오해로부터의 탈출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참 무지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모른다를 너머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여기서 모른다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몰랐다는 무지의 자각이라기보다는 정말 '無知'했다는 말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지식이 있는데 나는 여성의 몸, 특별히 생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던 듯하다. 결혼하고 나서야 그저 생리 때가 되면 여성들은 조금 더 예민해진다라든지, 생리통이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에 생리 기간에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정도였다. 조금 더 생각해 본것으로는, 생리를 통해서 매달 피를 흘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오래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 정도.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놀랍고 신기했던 것은, 생리에 대비하는 것은 생리대 이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 생리대, 면 생리대, 해면 탐폰, 핸드 메이드 탐폰, 생리컵가 있다는. 인류의 반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겪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왜 이렇게 무지하고 관심이 없던 것일까?

이게 뭔지 알겠는가? -.-;;; 이렇게나 다양한 종류의 생리컵menstrul cup이 있다는.

https://thewirecutter.com/reviews/best-menstrual-cup/



왜 나는 예전부터 생리하는 여자, 생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을까. 생리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이유는 뭐지. 중세부터 여성이 흘리는 피를 불경하다고 여겼다는데, <월경의 정치학>의 부제이기도 한 것처럼 왜 우리의 역사는 이렇게나 '평범한 몸의 일'을 금기로 만들었던 걸까? 엄청난 페미니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인간됨의 길이 아닐까? 생리대가 없어서 운동화 깔창을 써야 한다면 누구라도 나서서 이 일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여성의 몸뿐만 아니라 내 몸에 대해서도 그리 잘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신체의 기술', '몸이 생각보다 빠르다', '삶의 기예'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이야기 했지만 정작 나는 내 몸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지 못했던 것 같다. 스피노자가 <에티카> 3부에서 했던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누구도 신체의 모든 기능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신체의 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적이거나 철학적이 아니라 그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 내 몸의 구조, 터부시 되었던 몸에 관해서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울리히 벡의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을 통해서 많은 통념들이 깨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한번도 공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던 질문들과 이야기들을 펼쳐준다. 저자가 만들었다는 <피의 연대기>로 조만간에 봐야겠다.

생각의 근육도 중요하지만, 육체의 근육과 신체의 세부적인 구조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2018.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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