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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읽기

그림자의 고별

by 홍차영차 2015. 12. 3.

<그림자의 고별>

- 루쉰의 <<들풀>> 中, <그림자의 고별> 전문 -




사람이 때가 어느 때인지 모르게 잠들어 있을 때 그림자가 다음과 같은 말로 작별을 고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천당에 있으니, 나는 가지 않겠소. 내가 싫어하는 것이 지옥에 있으니, 나는 가지 않겠소, 내가 싫어하는 것이 미래의 황금 세계에 있으니, 나는 가지 않겠소.

그런데 그대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오.

동무,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소, 나는 머무르지 않으려오.

나는 원치 않소!

오호오호, 나는 원치 않소. 나는 차라리 무지에서 방황하려 하오.


내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소만, 그대를 떠나 암흑 속에 가라않으려 하오. 암흑이 나를 삼킬 것이나, 광명 역시 나를 사라지게 할 것이오.

그러나 나는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방황하고 싶지 않소, 나는 차라리 암흑 속에 가라않겠소.


그렇지만 나는 결국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었소. 나는 지금이 황혼인지 여명인지 모르오. 내 잠시 거무스레한 손을 들어 술 한잔 비우는 시늉을 하리다. 나는 때가 어느 때인지 모를 때에 홀로 먼 길을 가려오.

오호오호, 만약 황혼이라면, 밤의 어둠이 절로 나를 침몰시킬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낮의 밝음에 사라질 것이오, 만약 지금이 여명이라면.


동무, 때가 되어가오.

나는 암흑을 향햐여 무지에서 방황할 것이오.

그대는 아직도 나의 선물을 기대하오. 내가 그대에게 무얼 줄 수 있겠소? 없소이다. 설령 있다고 하여도 여전히 암흑과 공허일 뿐이오. 그러나, 나는 암흑이기를 바라오. 어쩌면 그대의 대낮 속에서 사라질 나는 그저 공허이기르르 바라오. 결코 그대의 마음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나는 이러기를 바라오, 동무—

나 홀로 먼 길을 가오. 그대가 없음은 물론 다른 그림자도 암흑 속에는 없을 것이오. 내가 암흑 속에 가라앉을 때에, 세계가 온전히 나 자신에 속할 것이오. 


1924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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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글에 단 한글자도 덧붙일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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