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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17세기자연학]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by 홍차영차 2014. 1. 15.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Candide ou l’optimisme)

 

원인 없는 결과란 없으며 우리의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라고 믿는 캉디드. 그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퀴네공드양을 사랑한 죄밖에 없음에도 이를 시작으로 해서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불행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믿고 있는 낙관주의 세계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신분에 대한 차별으로 성에서 쫓겨나고, 원하지 않는 전쟁의 회오리 속에 얽혀 들어가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죄수가 되기도 하고 대위가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스승인 팡글로스가 알려준 라이프니츠 철학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캉디드는 고난 초기에 의심보다는 가능 세계에서 선택된 최선의 세계를 믿는 마음으로 살아갔지만 의도치 않게 계속되는 살인과 파렴치한 성직자 그리고 계속되는 고난들에 의해서 정말 세상은 최선이 아니라 악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


정말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라이프니츠가 이야기한 대로 무한한 가상 세계 가운데에서 최선의 세계가 설계되어 나오는 것이라면 왜 캉디드는 그의 인생 가운데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난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것일까? 그저 볼테르의 머리를 통해서 나온 상상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가 만나는 현실 또한 녹록치 않다.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많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되면 판 편의 드라마가 쓰여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제는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얼마 전 청소노동자들이 근로환경 개선 및 노조탄압 중당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교내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대자보를 붙인 것에 대해서 중앙대는  1회에 100만원씩을 지불하라고 법원에 요청했다는 기사를 보면 지금의 현실이 더 잔혹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세상의 누구라도 자신만의 (고난)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조금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세상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캉디드에게 남은 것은 작은 농가 한 채와 그와 인연이 있었던 몇몇의 사람들뿐이었다. 게다가 그 사람들 역시 모두 자신의 삶에 지쳤고 세상에 찌들어 버린 상황.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이프니츠 이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이 책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볼테르와 캉디드는 이런 절망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아니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헛된 공리론은 집어치우고 일이나 합시다. 그것이 삶을 견뎌 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캉디드는 이제 헛된 존재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식론적 사고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말 속에서 우리는 라이프니츠의 결정론적 사유를 생산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이프니츠가 말한 대로 세상은 무한한 가능 세계 중에서 최대의 복수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설계되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모두의 행복을 전제로 하면서 세상을 만들어 진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하는 기본 전제가 있지 않을까? 라이프니츠는 자신의 사유에 이러한 전제들이 있음을 깜빡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하나 하나의 모나드가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조건 그리고 결국 세상을 세상답게 하는 것은 엄청난 사유를 통해서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이불개기, 청소하기, 전화하기, 피아노 연습, 친구 위로하기,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 작은 일에 감동하기와 같은 무시할만한 작은 움직임들을 끊이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혹시 그래도 낙관주의만으로는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할 일은 이제 하나뿐이다. 라이프니츠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이제는 라이프니츠를 넘는 사유와 행동으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에 쉼 없이 달려 나가는 것. 기억하자! Carpe Diem.



2014.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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