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사랑법 : 라이프니츠의 ‘사랑론’
영화나 TV를 통해서 요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 즉물적인 모습에 이젠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은 사라져 버린 것인가 조용하게 한숨이 나오곤 한다. 이젠 그런 사랑을 주장하는 것은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생뚱맞게도 나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가능성의 이론을 17세기 철학자 라이프니츠로부터 발견했다. 물론, 라이프니츠가 자신의 ‘사랑론’을 별도로 체계화 한 적은 없다. 라이프니츠는 기독교를 통한 세계의 통합을 꿈꾸었는데 그에게 세계의 실체는 모나드들이다. 한 사람에게서 벌어지는 인생의 모든 사건들은 모나드 안에 함축되어 있다. 그의 모나드론(論)에 따르면 모나드 안에 모든 사건들이 주름 잡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그 주름들이 하나씩 펼쳐지는 것이고. 모나드는 공간적인 실체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분할 불가능하고, 자연적으로 탄생하지 않고 오직 신만이 모나드를 창조 소멸시킬 수 있다. 여기서는 모나드론 자체를 설명하기 보다는 사랑의 개념을 모나드론을 이용하여 새롭게 해석해 보고 싶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어 자유 의지적인 부분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의 결정론적인 사유가 무시받기도 하지만, 접힘과 펼쳐짐에서 이야기했듯이, 지금은 생명체 복제, 사이보그, 인터넷, 가상현실 등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제대로 통찰/실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그의 사유를 통해서 설명되고 있다. 모나드론은 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이론이다.
그럼, 이제 모나드론을 통한 사랑을 이야기해 보자.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대부분 자신들의 매력이 절정에 이르는 때이다. 싱그러운 젊음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여성 혹은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될 때가 많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더 많은 돈을 갖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하다 보니 그 순간의 매력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사랑을 너무나 쉽게 던져버리게 된다. 아름다워 보였던 여인이 추하게 보이거나, 열정적이던 남자가 그 열정을 찾을 수 없게 되면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라이프니츠가 이야기한 모나드론으로 따져 보면 우리는 단순한 순간 혹은 상태를 보고서 사랑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모나드는 어느 순간의 상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모나드란 모든 사건들의 집합체 모두를 말하는 것이다. 모나드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내가 우리 집 옆의 나무를 아낀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여름날의 무성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만을 아껴서는 안 된다. 그 모습뿐만 아니라 겨울날에 앙상하게 말라 있는 나무의 모습부터 봄에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까지 그 모두를 아끼는 것이어야 한다. 나무로 성장하기 전의 씨앗 모습까지. 다시 말해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모나드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모나드는 그 사람이 겪는 모든 변화들을 내포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돈이 많고 매력이 철철 넘칠 때의 모습 뿐 아니라 어릴 적에 겪었던 기쁘고 힘든 경험들,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모습들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의 미래로 인해서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모습까지 사랑하는 것 바로 그것이 라이프니츠의 사랑이다. 즉, 그의 모습이 달라지고 그의 상황이 변경되더라도 사랑하는 것.
21세기 첨단의 시대, 페이스북으로 우정도 사랑도 가능한 시대에 왠 17세기의 구닥다리 이론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아무도 그 사람을 사람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지금이야 말로 21세기 과학과 철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 ‘사랑론’이 우리에게 도전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랑,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2014.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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