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자연 철학 by 김성환 (그린비)
[17세기 자연철학]은 17세기 과학 혁명의 주인공들(갈릴레오, 데카르트, 홉스, 뉴턴, 라이프니츠)이 어떤 철학(형이상학) 원리를 가지고 과학 연구를 진행하였는지 논의하는데, 저자는 17세기 자연 철학을 16세기 마술 전통을 배제한 데카르트, 홉스의 운동학 기계론에서 신비한 성질인 르네상스 마술을 계승한 뉴턴, 라이프니츠의 동력학 기계론으로의 이행으로 본다.
운동학 기계론과 동력학 기계론의 구분이 되는 힘과 실체의 개념은 각자가 책을 통해서 보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17세기 자연 철학자들은 왜 철학과 과학을 함께 연결하여 연구했을까라는 주제를 설명해 보도록 한다. 시대의 천재로 불리는 사람들이 넘치는 재능을 주체 못해서 그랬을리는 없을 텐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철학과 과학 모두를 고민하게 만들었을까? 그에 대한 이유는 역시 근대 철학의 비조(鼻祖)라 불리는 데카르트에게서 확실하게 찾을 수 있다.
데카르트 이전 중세 시대는 신의 시대였기에, 철학과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이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신학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코기토(cogito ergo sum)를 주장하면서 이성을 가진 인간을 신으로부터 독립시키게 되었고, 철학과 과학 역시 신학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데카르트의 주장 가운데에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이성을 통해 신 없는 독립된 주체로서 인간이 진리를 알 수 있는가라는 ‘인식론’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 문제는 근대 철학 전반에 걸쳐서 지속적인 핵심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서, 주체가 바라본 대상과 이성의 인식이 일치하는지를 어떻게 확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신으로부터 독립을 꿈 꾼 데카르트의 철학은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이성을 통한 진리 인식이 가능하다라고 답을 내놓으며 과학의 발전, 과학적 지식을 그의 핵심적인 근거로 내놓는다. 그가 보기에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분명하고 뚜렷한 개념인 수학이야말로 참된 진리이며, 자연 과학을 수학화하는 것이 바로 이 진리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컨대 과학을 통해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데카르트 이후 근대 철학을 사로잡았던 일종의 ‘믿음’있었고, 이제 근대에는 어떤 지식도 자신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때에만 존재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과학이 독립된 분야로 서기까지 철학과 과학은 서로 분리될 수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재는 홀로 너무나 유일한 진리임을 자만하는 과학에 철학적 성찰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갈릴레오부터 라이프니츠까지 개개인의 과학적 연구 방법과 그의 철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세히 풀어주고 있는데, 각자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가 추가된다면 많이 어렵게 느껴지는 그들의 형이상학 원리들과 과학의 연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후에 ‘17세기 자연학’에서 계속해서 살펴볼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세계가 더욱 궁금해 진다. 책의 마지막 장(9장)에서 17세기 자연 철학이 어떻게 이성의 힘에 기초한 계몽주의로 변하는지를 설명하는데, 그에 대한 요약을 살펴보면서 서두에서 이야기 한 철학과 과학이 18세기 이후에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는 과학을 그저 세상에서 유일한 참된 진리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연철학에서 계몽주의로 ([17세기 자연철학], 9장 요약)
17세기 자연철학은 18세기 과학과 철학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18세기 과학은 뉴턴의 힘 개념을 물리현상뿐 아니라 광학, 화학, 생물 등의 현상까지 확장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뉴턴 과학으로 불리는데, 이런 노력이 많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으나 뉴턴 과학은 과학에 대한 단일한 이미지 형성에 성과를 거둔다. 프랑스에서 뉴턴의 전도자임을 자임한 볼테르에 따르면 로크는 뉴턴 과학의 방법을 사회 과학에도 적용하려고 시도하며 로크의 관념 연합법칙은 뉴턴의 중력 법칙의 확장이다. 과학의 성공은 이제 정치, 경제, 종교 등 다른 분야에서도 문제 해결의 모델이 되고, 이제 뉴턴의 영향은 과학에 머물지 않고 사회 사상으로 퍼져 나간다. 17세기 자연철학이 발견한 물체의 힘은 18세기 계몽주의가 강조한 이성의 힘으로 변신한다.
뉴턴 과학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원리]는 출판과 동시 큰 성공을 거두고, 뉴턴은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게 된다. 한편 1706년에 나온 뉴턴의 [광학]은 뒷부분에 담긴 31개의 질문-열, 빛, 전기, 자기, 화학현상 등에서도 실험 연구를 통해 중력법칙과 비슷한 법칙을 찾아 수학으로 기술할 것-들을 통해 18세기 과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18세기 뉴턴 과학은 뉴턴 역학을 더욱 정밀하게 수학화 하는 것과 뉴턴의 중력법칙을 실험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18세기 과학에서 중력 법칙과 같은 법칙 발견에 성공한 분야는 드물지만, 뉴턴 과학은 과학에 대한 단일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자연을 탐구하는 다양한 지식분야들이 뉴턴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이제 과학은 정치, 경제, 종교와 같은 다른 분야의 문제 해결 모델이 된다. 뉴턴의 영향은 이제 사회 사상으로 퍼져 나간다.
볼테르, 1694~1778
볼테르, 뉴턴 과학의 전도사
볼테르는 초기부터 이성을 신뢰한 계몽 철학자이고, 사람이 이성으로 종교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신론을 주장해 카톨릭계의 미움을 사게 되어, 결국 1726년 영국으로 망명해 뉴턴 과학과 로크 철학의 세례를 받는다. 그는 뉴턴과 로크가 과학과 철학의 선두에 설 수 있는 동력이 사상의 자유에 있다고 판단하는데, 그의 눈에 프랑스 상류층은 편견과 독단에 젖어 있고 하류층은 무지와 미신에 빠져 있었다. 볼테르는 뉴턴에게서 기계론자의 모습보다는 해방자의 모습을 더 부각하는데, 그는 뉴턴 과학 덕분에 사람의 사유가 데카르트 철학과 같은 형이상학 독단을 벗어나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하고, 로크의 심리학에서 뉴턴 역학을 사람에 적용한 모델을 발견한다. 볼테르는 영국에 뉴턴 과학, 종교와 사상의 자유, 입헌 정치가 공존하는 것을 보고 이 용소들이 깊이 연관된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성의 힘
계몽주의는 이성의 힘을 믿는다. 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이성을 사용해 자연을 알고 삶을 개선하며 사회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자연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는데 인간 사회에 무질서가 난무하는 까닭은 인간이 무질서는 만든다는 생각이 퍼지고,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계시 없이 이성으로 자연의 목적,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발견하려 한다. 과학의 영향으로 인간도 원자라는 관념이 생기고 이런 믿음에서 사회는 자유경쟁, 사회계약을 받아들이고 사회에서의 중력법칙으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 명제에 합의하게 된다. 17세기 자연철학이 발굴한 물체의 힘은 이제 이성의 힘으로 변신한다. 뉴턴 이후 150년동안 자연과학은 역학뿐 아니라 모든 자연 현상에서 뉴턴이 발견한 것과 비슷한 힘을 발견하고 정량적 공식으로 표현하려고 실천한다. 뉴턴 과학은 철학 사상과 사회 문화에서 이성의 힘에 대한 신뢰를 널리 보급하는 계몽주의의 기반이 된다.
2013. 10. 22
*참고: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이진경, 그린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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