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퇴근길 (1) - 한옥에서 <에티카> 강독
한글날(10/9)을 맞이하여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왔다. 나들이라고 하지만, 항상 공부하던 문탁의 세미나실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환경에서 하루종일 스피노자 <에티카> 강독을 진행하기 위해서 나온 셈이다.
우리가 섭외한 장소는 청강문화산업대에 있는 '청현재'라는 곳인데, 한옥으로 지어진 이쁜 집이 두 채 있었고 주변에는 모두 산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도착해서 한옥 처마 밑에 앉아서 친구가 내려준 맛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오늘 ‘호강하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였다. 십여년 만에 10월 한파라고는 했지만, 옷을 두둑히 입고 와서인지 쾌청한 날씨에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밉지 않았다.
자, 이제 <에티카>를 읽어볼까 하고 앉았는데, 모두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졌다. 강독 시작하기 전에 잠시 산책을 하자! 짧은 시간에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학교 자체도 아담하고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도 모두 알차 보였다. 멋지다.
‘All-day’라고는 했지만, 점심 먹고 또 산책하고 나니 5시간 정도 강독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에티카> 3부는 거의 읽은 것 같다. 사서四書도 아닌 책을 집단 낭독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그것도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증명’된 <에티카>를. 근대 읽기의 방식이 오로지 묵독으로만 한정되어 있어서 그렇지, 함께 또는 따로 소리내어 읽다보니 세미나 시간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제법 많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다 함께 소리 내어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읽어내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몸으로 글을 읽게 되니 몸 전체로 텍스트의 맥락이 이해되는 듯 했다. 모두들 한 번 더 모여서 <에티카> 강독을 하자고 마음을 모으면서 마무리.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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