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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리토르넬로 - 콧노래 혹은 흥얼거림

by 홍차영차 2019. 10. 3.

리토르넬로 - 콧노래 혹은 흥얼거림

: 가장 강력한 영토적 배치물



리토르넬로(Ritornello)는 악곡 형식으로 차이나는 반복의 형식으로 하나의 영토를 형성한다. 들뢰즈는 '새의 지저귐'을  리토르넬로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새는 지속적인 노래를 통해서 이곳이 자신의 영토임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의 영토성을 드러내는  리토르넬로는 무엇일까? 새처럼 노래는 부르지는 않지만 우리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영토성을 확보한다. 들뢰즈는 영토란 '환경과 리듬'을 영토화했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흥얼거림 또는 콧노래이다.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아마도 그 사람은 그 공간에서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사장이 아닌 신입 사원이 회사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일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그 팀을 이끄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아무나 노래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려보자. 악당이나 재벌 회장님은 항상 콧노래를 부르거나 흥얼거리고 있다. 실수로라도 그의 콧노래를 방해했다면 무시무시한 댓가를 치른다. 설마 콧노래때문에? 물론이다.

흥얼거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영토성을 리토르넬로로 드러낸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조용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기침을 하고, 펜으로 반복적인 소리를 내거나 책을 넘기는 소리를 만들면서 자신이 존재함을 드러난다. 매일 매일 드나드는 사무실, 독서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출근할 때마다 도서관에 들어갈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소리, 행위를 구사한다.

등산을 하거나 도시를 걸어다닐 때를 떠올려 보면 더욱 쉽게 이해된다. 이상하게 등산을 하면서 사람들은 라디오,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고 다닌다. 왜 그럴까? 지나치면서 들리는 트로트 노래때문에 우리들의 대화는 끊어지고, 그 노래가 들리지 않는 지점에서 다시 대화가 시작된다. 도시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소리 이외의 온갖 비언어적인 잉여들 - 몸짓, 표정, 공기, 머리모양, 화장, 향수, 구두, 발검음 -을 통해서 자신의 영토성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이중에서도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강력한 영토화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담배를 피기 때문에 걷는 중에 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는 것이 아니다.


리토르넬로 - 콧노래 - 흥얼거림


201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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