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형식(form)에 관하여
흔히 자유와 형식은 상호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런 형식 없이 자기 뜻대로 하는 것을 자유로움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나름의 형식을 통해서 완성된다.
자신의 뜻대로 행동한다는 것에는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난점이 발생하는데, 먼저 자기란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구축이 있어야 자신의 뜻-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매 순간마다 다른 ‘자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자기 맘대로’라고 하는 자유를 논할 수는 없는 것. 다시 말해, 자기 구축을 통한 자신만의 스타일(style)이 존재해야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런데, 자신만의 스타일은 그저 지식-진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복적인 동작들과 양식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특징이 스타일의 부재라고 했던가, 우리는 작은 자기 차이화1)를 통해서 팔려나가기를 기대하는 상품처럼 아무런 스타일(style) 없이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대열에 합류하지 말아야 한다. 일정한 형식을 갖고 자신의 근육 속에 녹아있을 때-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상태-, 자신만의 스타일은 완성된다. 아무런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은 스타일이 될 수 없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2) 자유는 진리를 아는 것만으로 성취되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는 그 진리가 먼저 자신의 행동과 삶을 통해서 드러날 때에야 완성되는 것. 머리 속으로만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내 피와 뼈 속에 새겨질 정도의 반복된 실천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진리 속에서 참된 진리,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참된 진리 안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거룩한 형식의 구도를 통해서.
2013. 11. 05
1) 자기 차이화(self-differentiation) : 김영민의 공부론, 샘터, p185
2) 신약성경 요한복음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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