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밤

개별 토끼

홍차영차 2025. 7. 14. 10:55

 

김은지 시인의 머리 속에는 토끼가 한 마리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머리 속에서 왔다 갔다 뛰어다니는 토끼를 따라서 시를 지은 듯. ^^

 

시를품는달 첫시간을 했는데

시를 낭독하면서 그냥 낭독만 했는데 낭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너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주뒤에 이야기할 3문장이 기다려지네요.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1669

 

모집) 시를품은달 - 김은지 <여름 외투>(7/13, 7/27)

모집) 시(詩) 를 품은 달 : 7월 - 김은지 <여름 외투> 첫번째 모임 - 7/13(일), 저녁 8:00 ~ 9:15 두번째 모임 - 7/27(일), 저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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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토끼 

 

김은지 (<여름외투>)

 

 

 

동화 속에 마을이 있습니다

나는 작가이고

뭐든 해줄 수 있습니다

 

곰의 고민은 정해져 있습니다만

토끼의 고민을 모르겠습니다

 

토끼는 무엇을 고민할까요

 

토끼는 오물오물

 

예전에 언니가 키웠던 토끼는

닭만큼 커졌는데도

철제 우리를 매일 빠져나왔습니다

 

토끼는 자소서를 쓰기 싫어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동화의 세계에서는

자소서가 필요 없습니다

 

최근 본 동화에는

억압이 있었고 해방이 있었고

인문들은 함께

악당을 물리쳤습니다

 

세상이 강요하는 무엇 혹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는 문제

를 쓰려고 하는데

 

오물오물

토끼는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아무리 가는 틈 사이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고민

내가 매일 하는 것

나는 토끼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고민을 모르겠습니다

 

토끼는 '끼'라는 글자가 있는데도 귀여운

엄청난 동물

 

너무 귀여운 게 걱정일까

오르막을 오르기는 잘하지만

내리막을 내리기는 잘 못하는 게

 

버려진 적이 없거나

귀가 너무 크거나

넌 정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니

 

다름을 존중하고

약점과 한계를 인정하는 동화 속에

토끼를 풀어 놓으면

 

토끼는,

딱히 당근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마른 배추도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