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토끼
김은지 시인의 머리 속에는 토끼가 한 마리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머리 속에서 왔다 갔다 뛰어다니는 토끼를 따라서 시를 지은 듯. ^^
시를품는달 첫시간을 했는데
시를 낭독하면서 그냥 낭독만 했는데 낭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너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주뒤에 이야기할 3문장이 기다려지네요.
https://cafe.naver.com/afterworklab/1669
모집) 시를품은달 - 김은지 <여름 외투>(7/13, 7/27)
모집) 시(詩) 를 품은 달 : 7월 - 김은지 <여름 외투> 첫번째 모임 - 7/13(일), 저녁 8:00 ~ 9:15 두번째 모임 - 7/27(일), 저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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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토끼
김은지 (<여름외투>)
동화 속에 마을이 있습니다
나는 작가이고
뭐든 해줄 수 있습니다
곰의 고민은 정해져 있습니다만
토끼의 고민을 모르겠습니다
토끼는 무엇을 고민할까요
토끼는 오물오물
예전에 언니가 키웠던 토끼는
닭만큼 커졌는데도
철제 우리를 매일 빠져나왔습니다
토끼는 자소서를 쓰기 싫어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동화의 세계에서는
자소서가 필요 없습니다
최근 본 동화에는
억압이 있었고 해방이 있었고
인문들은 함께
악당을 물리쳤습니다
세상이 강요하는 무엇 혹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는 문제
를 쓰려고 하는데
오물오물
토끼는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아무리 가는 틈 사이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고민
내가 매일 하는 것
나는 토끼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고민을 모르겠습니다
토끼는 '끼'라는 글자가 있는데도 귀여운
엄청난 동물
너무 귀여운 게 걱정일까
오르막을 오르기는 잘하지만
내리막을 내리기는 잘 못하는 게
버려진 적이 없거나
귀가 너무 크거나
넌 정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니
다름을 존중하고
약점과 한계를 인정하는 동화 속에
토끼를 풀어 놓으면
토끼는,
딱히 당근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마른 배추도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