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예술

공연은 굿이 될 수 있을까

홍차영차 2025. 6. 19. 13:58

정신분석과 예술        꿈과 예술의 평행론 1        나는 왜 예술을 생존욕구라고 말할까

 

 

아래의 논의를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위에 있는 글을 읽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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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KAMA라는 팀의 공연 <제祭:je>를 보러갔다.

최근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굿의 공연화'였기 때문에 진도 씻김굿을 바탕으로 하는 공연이라는 소개에 기대가 컸다. 공연 제목 자체가 <제祭:je>였기에 더 보고 싶었다. 토요일 오후 3시라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시간을 내서 공연을 봤다. (

1시간의 짧은 공연이었는데, 앞쪽에는 대금 위주의 자작곡과 노래가 있었고, 후반부에는 진도 씻김굿을 변주한 연주가 있었다. 노래하는 팀 뒤에는 소리에 반응하는(?) 화려한 영상이 함께 했다.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해서 즉석에서 대금, 소금 연주, 징, 노래를 엮어서 보여주는 시도와 함께.


'굿을 공연화한다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굿은 이성적 사고가 지배하기 이전 시대에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다리를 놓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대부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무의식적 충동들을 억압하고, 사회적 가면(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억압된 무의식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굿은 이러한 무의식의 해소하는 일종의 장이지 않았을까. 타자와의 경계, 나와 나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종의 마법적 시간이자 공간. 안타까운 것은 이성과 과학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굿'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이렇게 된 사회에서 유일하게 억압된 무의식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고 공연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굿에서,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적 긴장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그 긴장감을 해체시키는 것이다. 의식의 해체, 즉 몰입의 경험이자 개인의식을 벗어나는 집단의식의 경험!

굿이든 공연이든 일단 연주자(무당) 자체가 자신의 연주(노래)에 몰입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순간이 드러날 때 공연을 보는 사람들, 굿에 참가하는 사람도 그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무당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춤을 추고, 노래부른다면 과연 누가 굿을 통해서 무의식의 해방을 맛볼 수 있단 말인가. 연주와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연주자가 관객들을 의식하는 순간, 심지어는 연주자가 스스로에 대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건 그냥 흉내가 될 뿐이다. 아무리 화려한 배경, 멋진 의상과 최첨단의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흉내'를 내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다.


요즘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욕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굿의 공연화'라는 주제를 잘 고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