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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4

禮, 타자성의 인정 禮, 타자성의 인정 - 다른 사람이 살고 있소이다 를 읽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고리타분’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 유교사상’을 떠올린다. 특히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禮에 대한 부분이었다. 禮가 나올 때마다 체면상 치뤄야했던 수많은 허례허식(虛禮虛飾)과 예의범절이라고 들이밀면서 규율을 강요받았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 禮란 기득권층(정치지도자, 부자, 남성, 어른)이 요구하는 복종의 의식에 분홍분을 바른 것에 다름 아닐까? 에서 공자가 강조하는 仁, 義, 知에 대해서는 반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인, 의, 지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음에도, 어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옳은 일에 함께 하며, 항상 배우면서 살아가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禮는 다.. 2018. 6. 17.
신화 혹은 진실 신화와 진실- 비극에서 플라톤의 법정 드라마로 - 우리는 언제부터 신화를 믿지 않게 되었을까이미 오래 전부터 신화나 전설은 동화 속에 나오는 허구로 간주되었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신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와 산타의 존재에 대한 믿음의 변화는 과학의 진보나 발전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진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이다. 사실 허구란 진실의 대립물이 아니라 진실의 부산물이다.한 사회에서 진실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다른 사회에서는 협잡물이나 무모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진실’이라는 단어는 복수적으로 쓰여야 마땅한 동음이의어이다. 세상에는 동일한 진실이 아닌, 이질적인 진실 프로그램들이 존재할 뿐이다. 진실이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 2018. 6. 16.
증여 혹은 다른 종류의 유대 증여 - 다른 종류의 유대 혹은 다른 정신공간의 형성- 2장 - “물건이 선물로 간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가치를 지닌 어떤 것을 받기를 기대했으며, 만일 답례의 선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화를 냈다.”“누구도 제공된 선물을 마음대로 거절할 수 없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후함에서 서로 상대방을 능가하려고 애쓴다. 누가 더욱 가치있는 물건을 가장 많이 줄 수 있는가를 두고 일종의 경쟁이 있었다.” ‘자발적이면서 의무적’이라거나 ‘친밀하면서 공포스럽다’ 혹은 ‘신화적이면서 법적’이며 ‘경제적이면서도 도덕적’이라는 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 있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감각이다. 자발성과 강제성이 어떻게 한 행위에서 나타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와 증여의 사회 2장에서 모스는 근대인의 이런 낯섬과 의.. 2018. 6. 6.
생리 공감 생리 공감- 몸에 대한 무지, 사람에 대한 오해로부터의 탈출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참 무지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모른다를 너머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여기서 모른다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몰랐다는 무지의 자각이라기보다는 정말 '無知'했다는 말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지식이 있는데 나는 여성의 몸, 특별히 생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던 듯하다. 결혼하고 나서야 그저 생리 때가 되면 여성들은 조금 더 예민해진다라든지, 생리통이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에 생리 기간에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정도였다. 조금 더 생각해 본것으로는, 생리를 통해서 매달 피를 흘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오래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 정도. 이 책을 보면서 .. 2018.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