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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불쾌감이라는 화폐

by 홍차영차 2017. 9. 27.

불쾌감이라는 화폐



아버지의 노동을 볼 수 없는 세대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앞마당을 쓸거나, 밥 먹을 때 수저를 챙기고, 청소를 하면서 가정에서 자신이 나름의 역할을 한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가정이나 마을에서 활동과 노동으로 사회적/가정적/공동체적 역할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볼 수도 없다. 예전엔 월급봉투라도 볼 수 있었고, 월급날엔 아버지가 사온 통닭을 먹으면서 그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노동으로 돈을 벌어온다는 감각은 가장이 집에 들어오면서 드러내는 불쾌감의 양으로 판단된다. 집에서는 아버지의 불쾌감으로 그가 뭔가 바깥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는 감각을 갖게 된다.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다. 집안의 가사 노동으로 자신 역시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찌든 얼굴을 보여주는 불쾌감이라는 화폐가 되었다. 아무것도 생산할 것이 없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불쾌감이라는 화폐사용법을 깨닫는다. 결과적으로 가정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갖는 사람은 가장 큰 불쾌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밝은 미소가 아니라 찌든 얼굴과 뭔가 불만스런 표정이 스스로를  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가끔 내 얼굴을 보자. 그리고 내 표정과 함께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보자. 어떤 사람과 있을 때 나는 웃고 있으며, 찡그린 표정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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