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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조르바와 자유

by 홍차영차 2017. 9. 20.

조르바와 자유

- 심연의 문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래요 당신은 나를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p322


그때 내 뒤로 행복에 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르바가 일어나 반라의 몸으로 문께로 나선 것이었다. 그 역시 봄 풍경에 화들짝 놀란 것이었다. “저게 무엇이오?” “……두목, 저기 저 건너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파란 색깔, 저 기적은 무엇이오?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르지요? 바다? 바다? 꽃으로 된 초록빛 앞치마를 입고 있는 저것은? 대지라고 그러오? 이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지요? 두목, 내 맹세코 말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오.” p329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p333

거기에서 그는 창틀을 거머쥐고 먼 산을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웃다가 말처럼 울었습니다. 이렇게 창틀에 손톱을 박고 서 있을 동안 죽음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p443



니코스 카잔차키스 (1883~1957)


조르바는 행동할 때도, 감탄할 때도 심지어 죽을 때에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이런 면모때문에 우리는 조르바가 자유롭다고 느낀다. 조르바의 행동과 말에는 그 말의 결과에 대한 그 어떤 두려움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그 심연의 문을 여는 것에 그는 어떤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가 갈탄을 채광할 때는 그것에 집중하고, 아름다운 봄 풍경에 감탄할 때는 오로즈 그것만을 바라본다. 자신이 누구의 아버지라든가 용감한 남성이라든지 하는 얽매임이 없다. 

심연의 문을 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비판할 때는 그 순간에 맞는 비판이 필요하고,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옭아매어져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족 관계, 경제적 손해, 사회적 지위, 명예, 이것들이 목표가 되었을 때는 자유로울 수 없다. 목줄이 무쇠에서 황금으로 바뀌었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어정쩡해서도 안 된다. 끝까지, 그 문제를 대면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 속에 있는 악마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조르바의 말처럼 팔과 가슴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결코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두려움이 느껴질 때 바로 그 때가 행동하고 결정할 때이다. 호메로스 전사의 팔은 그 자체로 창을 던지기 원하고, 튼튼한 다리는 스스로 달리기를 원한다. 바로 이것이 아킬레우스, 헥토르, 아이아스가 생각과 행동에 틈이 없는 호메로스적 인간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조르바의 말처럼 팔과 가슴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결코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두려움이 느껴질 때 바로 그 때가 행동하고 결정할 때이다.


2017.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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